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뉴스 속 뉴스] 셰익스피어와 불경기

김석하/사회부 부장

불경기 속에 허덕이다보니 요즘 사람들은 모두 '햄릿'이 됐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고유가.저성장.인플레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정확히 말하면 내가 헤쳐나가야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안 쓰고 줄이고 움츠려 이 파도를 견뎌내자는 마음 뿐이다.

진짜 '생사'를 가르는 위협도 여기저기서 그 뾰족한 날을 들이세운다.
비즈니스를 운영하거나 조직의 리더들이 '난국'을 돌파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근사한 말로는 구조조정이지만 속된 말로 사람을 '자르는 것'이다.

최근 LA한인회 사무직원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겉으로 보면 짐 싸들고 나간 직원은 '잘린 것'이 아닌 자진 사퇴다. 하지만 속내는 좀 다르다. 새로 들어선 임원진들 사이에서 사무직원 중 누구를 자르고 누구를 남겨 둔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연히 해당자는 좌불안석이었고 불만이 팽배했다.



그 와중에 한 직원이 강퍅해진 마음에 자신의 속마음을 이메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하소연했다. 그것이 발각(?)된 것이다. 그러자 '뒷담화'를 맞은 임원은 당장 "너 나가!"라고 했다.

비단 한인회의 일만이 아니다.경기가 어렵자 최근 여기저기 직장이나 조직에서 '살생부' 이야기가 난무한다.

그렇다보니 월급장이나 소시민은 불경기 앞에 움츠리고 살생부 앞에 납작 엎드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칼을 쥐고 있는 리더나 오너도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사람을 자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하지만 사실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사람이 사람과 돈 사이에서 돈을 선택한다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한 때는 무자비하게 직원을 잘라(5년간 11만명) '중성자탄 잭'이라 불리며 수익을 올린 잭 웰치 GE전 회장이 각광받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리더들이 웰치의 구조조정을 변칙 활용하면서 그 참 뜻은 퇴색했다.

웰치대로 방만했던 군더더기 구조를 조정하는 말 그대로의 구조조정이라면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칼날은 항상 불경기에 그 섬뜩한 빛을 발한다.

누구라도 인건비 감축을 위한 일시적 방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불경기에다 구조조정 소문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면 가장 큰 문제는 몸 사리는 분위기가 지배한다는 것이다.

얼음판 위를 걷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창조적인 생각을 해야하고 거기에 따른 실패를 감수해야 하고 그것을 시정해야 하는 '발전의 정반합' 서클을 붕괴시킨다.

대문호 셰익스피어 명구는 '햄릿이 된 요즘 리더' 들에게 두가지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사람은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은 정당한 값으로 평가하지 않지만 그것을 잃어버리면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런 말들은 '사람'을 중히 여기란 의미다.

반면 '끝이 좋으면 다 좋다' '경험은 보석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엄청난 값을 치르고 나서야 얻게 되기 때문이다' 라고도 했다. 변하고 적응해야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진정한 리더의 자질은 남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데 있다.

그것은 꼭 큰 조직체의 리더에게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다. 작은 업소에서도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 속에 친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내 안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