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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터프 러브' 가 필요한 때

[LA중앙일보] 발행 2008/07/2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8/07/23 20:24

수잔정/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남편을 극진히 사랑하는 친구가 나에게 하나 있다. 그녀가 살아 온 인생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아 왔다. 시댁 어른이 병상에 계신 20여 년간 그녀는 묵묵히 몸과 마음을 다했다. 어느 날 어린 자식을 가진 시동생이 이혼을 하게 되자 꼬마 시조카를 자기 가정에 데려다가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길렀다.

바쁘게 뛰어 다니며 사업을 하는 와중에서도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러니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간다. 남편의 부모와 형제는 결국 사랑하는 그의 지체였으리라.

그러던 친구가 요즘 심한 우울과 불안 증세로 시달리고 있다. 그토록 굳건하고 존경을 받으시던 시어머니의 정신 증세 때문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치매 증상인 듯하다.

믿고 사랑하던 맏며느리를 시어머니는 자주 찾으셨다. 자신의 딸이나 아들보다도 먼저. 그 때마다 내 친구는 혼자 기거하시는 노인 아파트에 가서 생활을 같이 하며 건강을 회복시켜 드리곤 했다. 치매의 과정을 어느 정도 지연시키는 약물치료도 시작했다.

그런데 90세가 넘으셨지만 몸이 건강하고 기운이 정정하신 시어머니가 어느 날 부엌의 가스레인지를 열어놓은 채 잊어버려서 집이 폭발할 위험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이 내 친구의 감독(?)은 심해지고 잔소리가 많아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글쎄 어머니가 이웃 노인들께 내가 진지를 해드리지 않아서 이틀씩이나 굶었다고 하소연을 하시지 않겠니!" "내가 잠시라도 일보러 밖에 다녀오면 내 트렁크를 모두 쌓아놓고서 나보고 나가래. 내 멋대로 왔다가 마음대로 돌아다니니 올 필요가 없다고 하시는 거야." "그러나 정작 방을 나가려면 문을 가로막고 서서 두 시간이 넘게 큰 소리로 훈계를 하셔. 무릎을 꿇어 앉게 한채로…."

밤이 되면 노인은 더욱 혼돈스러워 한다. "잠깐 주무시다 깨시면 사방을 돌아다니시며 누구인가를 찾으셔. 다들 어디 갔느냐고 하시면서." 아마 수년 전에 돌아가신 남편이나 고생하면서 기르던 자녀들 이제는 멀리 떠나간 그들을 찾는 듯하다.

그래서 친구는 해만 지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불안해진단다. 'Sun Down' 증세 때문이다. 물론 잠을 이루지도 못한다. 보다 못한 시동생들의 권고로 외부에서 간병인을 구해왔다. 그러나 자신의 돈을 도둑맞았다며 피해망상이 심해가는 시어머니 때문에 잠시도 둘을 같이 둘 수가 없었다.

"가스 잠그는 것이나 물을 틀어 놓은 채 방치하는 상태에서는 홀로 사시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밤에 일어나서 방황하시다가 넘어지면 생명에 위험이 올 수도 있어요." "한인 노인들이 많이 기거하시는 양로병원에 가시면 오히려 말벗도 생기고 간호인들이 24시간 보살펴주니 안전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의사의 권고에 내 친구는 대답을 못한다. 30여 년간 극진히 모셔왔던 분을 새로운 삶터로 보내는 것은 아마 며느리의 역할이 아닐 지도 모른다.

이 노인의 자녀들이 어머니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병의 심각성을 인정할 때가 왔다. 'Tough Love'를 보일 때이다. 슬픈 감정이나 죄의식에 사로잡히는 대신 변화를 받아드리고 이성적 판단에 따른 행동으로 나타내는 사랑을 말이다. 어서 우울증상을 치료받아 나의 친구가 웃음을 찾기를 간절히 빈다. 그래야 그의 시어머니도 또 다른 인생의 정거장으로 마음 편히 옮겨가실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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