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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냉장고냐, 스마트폰이냐

[LA중앙일보] 발행 2018/09/2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9/24 18:09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은 무엇인가. 오래전 기억이지만, 바퀴(wheel)라고 들었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머릿속에 동그라미 형상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어린 아이에게 연필과 종이를 주면 무의식적으로 원을 그리려고 한다. 사실, 동그라미는 그리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형상을 사물로 발명한 것이다. 바퀴는 이동·운송 시간을 단축시킨다. 또 줄을 걸어 힘의 방향을 바꾸거나, 큰 힘을 내(도르래) 인류 역사의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 5월 한국 특허청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뽑은 세계 최고의 발명품은 냉장고였다. 2위는 인터넷, 3위는 개인용 컴퓨터, 4위는 세탁기, 5위는 텔레비전.

냉장고는 문명의 승리다. 냉장고 발명으로 집약적인 노동과 장기적인 전쟁이 가능해졌고 그로 인해 산업 문명의 발달 양상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신선한 과일이나 고기를 제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인류 모습 자체를 바꿨다. 냉장고 이전과 이후 세대는 키나 덩치, 건강 면에서 확실한 차이가 난다. '못 먹고 살아서'보다는 '냉장고가 없어서'가 맞다. 오죽하면 '벌빙지가(伐氷之家)'란 사자성어가 전해진다. '얼음을 캐다가 쟁여놓는 가문', 세력 높은 가문이란 뜻이다.

우리 시대 발명품 스마트폰은 현재이자 미래다. 소통, 재미, 정보를 손바닥 안에서 들여다보니 더 이상의 특별한 발명품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곧 사라진다'. 2년 전 뉴스위크지에 따르면 스타일만 다를 뿐 기능은 다 거기서 거기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노트북이 걸어간 길을 뒤따르고 있다. 설계와 기능이 거의 정해지고 뻔하다. 결국 남은 건 세부적인 개선뿐이다. 좀 더 큰 화면이거나, 얇거나, 빠르거나.

이달 애플은 스마트폰 화면을 기존의 3.5인치에서 대폭 넓힌 6.5인치 아이폰을 출시했다. 이유는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비슷한 기능으로 인해 굳이 빨리 바꿀 필요가 없는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화면을 크게 해 판매가를 높이는 등 부차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IHS마킷의 웨인 램 애널리스트는 "5.5인치 아이폰 8플러스는 4.7인치 아이폰8보다 생산 비용이 33달러 높지만, 애플은 가격을 100달러 이상 높게 책정해 70달러 이상을 주머니에 챙겼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업계는 내년에 '5G 시대' '폴더블폰(접는 스마트폰) 시대'를 예고하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스마트폰 핵심 기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층에게는 당장 인기를 끌겠지만, 중장년·노년층 상당수는 호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이 정도면 충분해" 할 가능성이 크다.

주목할 것은 '앱의 반란'이다. 현재 스마트폰에 얌전히 들어앉아 있는 앱들이 갖가지 사물을 통해 밖으로 '튀어 나온다면', 스마트폰 시대는 종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다양한 앱과 자동 센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냉장고가 차세대 발명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먹고, 마시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일차 문제인 인류에게 '스마트 냉장고'는 영원히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일 끝나고 맥주가 먹고 싶은데, 냉장고가 맥주와 안주를 주문해 놓았다면.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는데 건강을 진단하고, 추천 메뉴를 권한다면. 거실에 있는 TV로 즐기는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서핑해 준다면.

첨단 스마트폰은 젊은 자녀가 원한다. 스마트 냉장고는 가족 남녀노소 누구나 다 좋아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프린스타인 심리학 교수는 '포퓰라(Popular)'라는 책에서 성공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호감도(likability)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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