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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도 반한 참기름, 스테이크 맛도 두 배

[LA중앙일보] 발행 2018/09/29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8/09/28 19:54

미쉐린 스타들 잇따라 소스 채택
올리브유처럼 저온서 기름 짜내
탄내 줄어들고 잔향은 오래 남아
드레싱·페스토 등 활용 폭 넓어져
일본선 프리미엄급 들기름 인기

이탈리안 레스토랑 '서촌 김씨'의 라비올리. 이곳의 김도형 셰프는 "올리브유 대신 쿠엔즈버킷의 들기름을 사용했는데 완두콩과 들기름이 잘 어우러져, 라비올리 전체의 풍미를 높여줬다"고 설명했다. [사진 쿠엔즈버킷]

이탈리안 레스토랑 '서촌 김씨'의 라비올리. 이곳의 김도형 셰프는 "올리브유 대신 쿠엔즈버킷의 들기름을 사용했는데 완두콩과 들기름이 잘 어우러져, 라비올리 전체의 풍미를 높여줬다"고 설명했다. [사진 쿠엔즈버킷]

최근 인기인 프리미엄 제품들 왼쪽부터 쿠엔즈버킷 들기름·생참기름, 공기제조소 고스란 참기름, 승인식품 들기름·참기름. [사진 각 업체]

최근 인기인 프리미엄 제품들 왼쪽부터 쿠엔즈버킷 들기름·생참기름, 공기제조소 고스란 참기름, 승인식품 들기름·참기름. [사진 각 업체]

참기름과 들기름은 예나 지금이나 명절 선물로 인기다. 그만큼 집집이 꼭 갖춰야 하는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음식엔 고소한 풍미를 더 해주는 귀한 식재료가 서양에선 특유의 향 때문에 외면받아왔다. 미국에선 참기름 향을 악취가 심한 동물인 스컹크 냄새에 비유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뉴욕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다니엘(Daniel)'에서 한국의 참기름·들기름을 식재료 리스트에 올렸다. 다니엘은 관자&버섯 스테이크 소스로 올리브유 대신 참기름을 사용한다. 또 다른 뉴욕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인 '바타드(Batard)'에서도 한국 참기름·들기름을 사용한 요리를 선보인다. 깐깐한 뉴요커를 사로잡은 건 한국 쿠엔즈버킷사의 제품으로 진한 갈색의 익숙한 참기름과는 달리 맑고 노란색을 띈다.

일본에선 한국 들기름이 인기다. 오메가3가 풍부한 음식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식품 바이어의 한국행이 이어졌고 이 중 한 바이어가 시중에 판매 중인 들기름을 전수조사한 후 맛이 뛰어난 제품을 일본에 소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부산의 전통 식품회사이자 국내 최초의 참기름·들기름 전통명장으로 선정된 최순희 대표가 운영하는 승인식품 제품이다. 승인식품 들기름은 2015년 4월 일본 수출 이후 지금까지 50만 병 넘게 일본에 팔려나갔다. 국산 통깨를 네 번 이상 씻고 이를 짜내 특유의 향이 오래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같은 재료들을 사용했음에도 이들 기업의 참기름·들기름이 해외에서 승승장구하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 익숙한 제조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두 회사 모두 고온에서 깨를 볶아 착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낮은 온도에서 깨를 볶고 짜내 특유의 탄내를 제거했다.

국내에선 내로라하는 식품회사부터 프리미엄을 내세운 소규모 방앗간까지 수많은 업체가 기름을 짜내 판매하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비율이 높은 건 즉석 제조 가공업체, 즉 방앗간이다. 전국에 1만2000곳(2016년 기준)이 넘는 방앗간이 운영 중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들의 참기름·들기름 판매 규모는 백화점·대형마트 등의 유통 채널에 비해 3~4배 정도 크다. 여전히 참기름·들기름은 시장이나 동네에 있는 작은 방앗간에서 구매하는 비율이 높다는 얘기다. 초록색 병에 담긴 진한 갈색 기름이 여전히 우리에게 익숙한 이유다.

대기업이든 동네 방앗간이든 대부분 고온에서 깨를 볶고 눌러 기름을 짜는 '고온 압착 방식'을 사용한다. 착유 온도가 200℃ 이상으로 높으면 고온압착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더 많은 기름을 짜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온에서의 로스팅이나 착유에 대해선 예전부터 벤조피렌 검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최근 '저온 압착 방식'을 도입하는 곳들이 늘면서 기름 시장도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쿠엔즈버킷이다. 이곳의 박정용 대표는 "참깨·들깨를 올리브유처럼 저온 착유로 짜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며 "깨를 볶는 온도를 낮추면 시간이 길어져 효율성이 떨어지고, 저온에서 이를 짜내면 기름의 양도 적지만 특유의 탄내가 없고 잔향이 오래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렇게 생산한 기름을 들고 유럽과 미국 시장을 찾아다녔다. 2017년 여름엔 뉴욕 팬시푸드쇼에 참가해 시음 행사를 열었는데 이때 뉴욕의 다니엘·바타드 레스토랑 셰프가 맛보고 이를 자신들의 레스토랑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코엑스 식품 박람회에 참여한 홍콩 바이어도 이를 맛본 후 홍콩 시티슈퍼에 입점시켰다. 요리연구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박찬일 셰프는 "기존 참기름과 쿠엔즈버킷을 번갈아 먹어보니 차이가 확연했다"며 "기존 기름은 첫맛은 진하지만 여운이 없다시피 한데 쿠엔즈버킷은 첫맛은 부드럽게 시작해 은은한 여운이 길게 이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온 착유한 기름의 경우 기존 참기름 보다 가격이 비싸다. 대기업에서 수입산 깨로 만든 참기름이 한 병(160mL)기준 5000원에 판매된다면 저온 착유한 참기름은 국산깨를 사용해 비슷한 용량이 1만원 중반에서 2만원대 초반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저온착유 기름의 장점은 확실하다. 올리브유처럼 음식에 활용하기 좋다. 박정용 대표는 "서양 셰프들이 기존 참기름을 요리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건 특유의 향이 맛을 덮어버릴 만큼 강했기 때문"이라며 "그 단점을 걷어내면 올리브 유처럼 드레싱이나 페스토 등 다양한 음식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인식품 역시 기존 참기름보다 20% 정도 낮은 온도에서 기름을 짜낸다. 감지영 승인식품 이사는 "프리미엄 오일이라고 하면 올리브유를 먼저 떠올리는데 앞으로는 참기름·들기름을 떠올리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저온 압착 방식이 인기를 끌자 저온 착유 또는 생들기름 착유용 기계도 개발됐다. 강원도 정선에서 저온 착유로 기름을 생산하는 공기제조소의 최명헌 대표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깨를 볶아 짜낸다. 그는 "한 번 저온 착유 기름을 맛보면 확실히 차이를 알게 된다"며 "실제로 저온 착유 기름은 요즘 기업의 VIP 선물용 등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사람에게 인기"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만큼 병 패키지도 눈에 띈다. 이들은 초록색 소주병에서 탈피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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