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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가정치료사가 되고 싶은 소녀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LA중앙일보] 발행 2018/10/01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8/09/30 16:08

16살의 라틴계 소녀가 엄마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지난 3년간 남성 정신과 의사를 보다가 자신과 같은 성의 여자 의사를 원했기 때문이란다. 남자 의사에 대한 감정 이전 현상이 의심되었다. 즉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아버지처럼 느껴진 의사에게 전이된 것일지도 모른다.

소녀의 아버지는 멕시코 출신으로 술을 많이 마셨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단다. 엘살바도르 출신의 엄마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하던 시절에 집을 떠나 버린 후에는 다른 여자 친구와 살고 있단다.

"왜 닥터 S와의 치료를 그만두고 싶었지"라는 나의 물음에 소녀는 답했다. "그 분은 나의 감정 상태를 항상 엄마에게 물었으니까요." 소녀는 아마 자신의 말보다 의사가 엄마에게 더욱 관심을 보였다고 느꼈나 보다.

소녀는 월경을 시작했던 아홉 살 때부터 이유 없이 우울해서 울기를 잘하고 공연히 불안해지고 자신을 미워했단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의 생활도 불규칙해지고 친구들과의 불화도 많아져서 13살 때부터는 면도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는 자해 행동을 시작했었단다.

"그럼 마지막에 자해를 한 것은 언제쯤이었지"라고 묻자 그녀는 팔목을 내보였다. 양쪽 팔뚝에 수없이 많은 면도칼 자국이 있는데, 그 사이사이로 구불구불한 글자들도 있었다. 한쪽은 weak, 또 한쪽 팔에는 ugly라는 단어였다. 그녀 자신이 갖고 있는 본인에 대한 이미지란다. 최근에 모든 친구가 자신을 떠나버렸고 몇 달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도 헤어졌기 때문에 일어난 자해 행동이다.

본인을 존중하거나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주위의 친한 사람들을 모두 무의식적으로 쫓아버린 것은 아닌지, 그녀에게 물었다. 소녀의 엄마는 자신의 가족력에 조울증으로 자살한 언니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전자는 소녀에게 우울 증상이 쉽게 올 수 있는 자질을 물려준 데다가 모계로부터 조울증의 유전까지 물려받은 셈이다. 그녀가 걸핏하면 화를 내기 잘하고 주의 산만 현상도 많으며 인간관계로 심하게 고통을 받는 것은 어느 정도 모계 혈통 질환을 연상시켰다.

"저도 엄마처럼 어른이 되면 가정 치료사가 될래요!" 자신을 잘 참아내며 이해하려 애쓰는 엄마의 행동에 소녀는 감동을 받은 듯하였다. 여자 친구나 성적 관계를 갖던 남자 친구를 잃었던 소녀의 스트레스는 좋은 스트레스로 바뀌게 되었다.

포유동물들의 두뇌 안에 내재하고 있는 변연계는 생존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배가 고프거나, 어디가 아프거나, 엄마가 안 보이면 울고 떼를 쓴다. 이 기능 때문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너무 지나치면 많은 고통이 올 수 있다. 공황장애나 신경 쇠약, 잦은 위장병이나 편두통들이 좋은 예이다. 우울하면 소녀들이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섭취를 하고 몸이 뚱뚱해지고, 반사적으로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악순환이 오는 것도 이 감정뇌의 반응을 전두엽이 제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자극이나 변화를 대부분 나쁜 스트레스로 보기 쉬우나 이것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한다면 좋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친구들에게 신경을 안 써도 되니 그녀는 이제부터 운동에 전념하고 그간 밀렸던 공부를 하겠단다. 물론 다른 환자들을 돕는 데 힘쓰겠지만 우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서 자신의 엄마 같은 훌륭한 여성이 되겠단다. 한 시간 전에 보았던 소녀와 달리 나의 사무실을 나서면서 그녀는 희망과 용기로써 이미 다른 사람처럼 변화되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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