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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의 끝은 합법이민 축소

박동규 변호사
이민자와 작은 자의 관점에서
65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시도

지난해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두 권의 성서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취임 선서문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지한 유권자뿐만 아니라 미국인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겠다는 것. 둘째, 민주주의와 인권으로 상징되는 미국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것이다. 이 선서 후 일주일도 채 되기 전 갑작스럽게 무슬림 입국 금지 명령을 발표하면서 이 신성한 약속은 깨지기 시작한다. 그때만 해도 이민 변호사들이나 이민자 권익옹호 단체들도 설마 했었던 더 가혹한 각종 반이민 행정명령과 규정들이 일주일이 멀다 하고 마치 쓰나미가 밀려오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합법 이민자들의 숫자를 현재 수준의 반으로 축소하는 법안(RAISE Act)을 상정하기에까지 이르렀다. 1965년 현 이민법의 근간이 되는 이민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이 통과된 이후 지난 50년간 미국 내 반이민자론자들이 원했던 거의 모든 반이민 정책들이 민낯을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민자의 관점에서 볼 때, 지난 1년 반 동안의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은 한마디로 미국의 역사와 이민정책의 시계를 1965년 이전으로 돌리려는 시도다. 1965년의 이민법은 이전에 200여 년 동안 피와 땀과 눈물로 얻어낸 1964년에 통과된 민권법(Civil Rights Act)의 직접적인 혜택의 결과였다. 이전에는 거의 모든 이민문호를 유럽계 백인들에게만 허용하고 유색인종 이민자들에게는 금지했던 인종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이민법이 이 법으로 인해 모든 나라와 인종을 받아들이는 평등한 이민법으로 대전환 한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질적으로 한 단계 진보한 사건 이었다. 1965년 10월 4일 아침, 당시 뉴욕항의 자유의 여신상 아래서 새 이민법을 서명한 린든 존슨 대통령도 "이 법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의를 구현 하는데 가장 큰 구조적인 결점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견뎌온 이 나라의 잘못된 행위를 교정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 이민법이 없었더라면, 민권법이 없었더라면 우리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에 이민을 올 수도 2세들을 교육 시키고 뿌리를 내릴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오랜 차별과 핍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과 다른 모든 소수민족, 여성, 유색인종들을 위해 민권법을 통과시킨 흑인들과 양심적인 백인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반이민 정책은 이민제도를 1965년 체제 이전으로 돌리려는 시도이고 결국 그 핵심은 유색인종 이민자들의 인구비율을 줄이고 다시 백인 중심의 나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80년도 초에 고졸 후 처음 이민 왔을 때 주위의 어른들이 미국에 가면 흑인들은 멀리하고 백인 친구들을 빨리 사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심지어 한국 친구들을 사귀면 영어를 배우기 힘드니 한인 커뮤니티를 멀리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같은 1.5세나 2세들을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라는 농담이 생겼을 정도다. 지금은 한인 정체성, 뿌리교육, 한인 권익신장 운동, 정치력 향상 등의 용어가 상당히 보편화 되긴 했지만 이민법 세미나를 하다 보면 아직도 한인 동포 분들 중에서는 우리가 흑인들의 민권운동 덕분에 이민을 오게 되었다는 사실과 현재의 미국정부의 이민정책과 인종정책이 인종차별적이고 부정의한 정책이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분들도 상당히 계신 것을 보게 된다. 그분들을 탓하기 보다는 이민자 권익옹호 단체들과 함께 일하는 변호사로서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민자의 관점과 더불어 성서의 관점에서 보면, 마태복음 25장의 유명한 최후의 심판 장면에서 "너희는 내가 주릴 때, 나그네 되었을 때, 병들었을 때, 옥에 갇혔을 때 돌보아 주었다… 너희 중 가장 작은 자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말씀이 나온다. 오늘날 미국에서 가난하고, 나그네 되고, 병들고, 옥에 갇힌, 위험과 곤궁에 처한 '작은 자'는 누구일까? 추방위기에 처한 서류 미비자들과 부모들과 분리된 수용소의 난민 자녀들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나누고 섬겨야 할 선교지는 먼 외국땅 뿐만 아니라 지금, 여기 미국땅에도 있는 것이 아닐까? 개신교, 유대교, 가톨릭을 포함한 대다수의 종교계는 현재의 반이민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고 이는 반인도주의, 반인권, 반성서적인 정책이며 미국의 전통과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과거 10년간 몸담았던 가톨릭계 이민자 권익옹호 단체의 모토도 "너희는 내가 나그네 되었을 때 따뜻이 맞아들였다(I was a stranger and you welcomed me)."였다.



쏟아져 나온 반이민 행정명령

무슬림 금지.추방.DACA 폐지


지난 1년 반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발효 시켰거나 발표한 행정명령들은 각각의 명령이 이민자 사회 전체에 끼치게 될 피해와 헌법의 훼손이 심각하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핵심 조항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개인 차원에서는 개별 정책의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커뮤니티 차원에서는 이민정책의 큰 그림을 보고 흐름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무슬림 입국금지 명령=이란, 이라크, 시리아등 아랍계 7개 국가 출신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으로서 1심과 2심에서 연방법원으로부터 불법 판정을 받은바 있다. 이후에 연방 대법원에서는 5대 4로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이는 법적인 판결이 아닌 정치적 판결로 보는 것이 이민자 권익 단체 변호사들의 다수 의견이다. 간단히 말하면 무슬림 입국금지명령은 의회를 통하지도 않고 국가안보에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을 설명하지도 않았으므로 헌법 수정조항 5조 적법한 절차 조항을 위반한 것이며 또한 특정 인종, 종교, 국적자들을 차별하는 명령 이어서 수정조항 14조 평등 보호조항 위반한 것이다. 2심 법원의 판사는 이 무슬림 입국금지명령을 1882년 중국인 배척법과 1942년 일본계 미국시민 강제 수용법과 같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역사 속에서 최악의 인종차별적 법안 두 개가 모두 아시안 이민자들을 겨냥했다는 사실과 중국인 배척법의 경우 그에 대한 공식 사과법안 통과가 130년이 지난 2012년에서야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이민자들에 대한 백인 주류사회의 인종적 차별과 편견이 얼마나 뿌리가 깊고 심각한 것인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또한 이 행정명령이 위헌적 임에도 불구하고 이민자들을 잠재적 테러범, 잠재적 범죄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백인 보수층에 확산시키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서류미비 이민자 대대적인 추방=이민국 추방경찰 1만5000명을 추가로 고용하여 첫 1년간 15만 명의 서류미비자들을 체포하고 21만5000명을 추방했다. 이중 한인은 157명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처음에 중범죄 전과가 있는 서류미비자들을 추방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발표했으나 추방자중 중범죄 전과자는 10% 미만이었다. 많은 한인 영주권자나 시민권자 분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불법체류자들은 범죄자가 아닌가? 왜 범죄자들을 도와주나?" 하고 물으신다. 법적으로 불법 또는 범죄라는 용어는 형사법을 위반한 자들을 지칭한다. 그러나 이민법은 민법이기 때문에 범죄자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 물론 민법 위반도 위반이다. 그러나 처벌의 무게는 죄의 무게와 형평을 이루어야 한다. 렌트를 못 내거나 모기지를 못 갚는다고 감옥에 가거나 추방 당하거나 자녀와 분리수용 당하지는 않는다. 동일한 서류미비자 상황에서 먼저 온 백인 이민자들이 받았던 혜택을 비백인 유색인종 이민자에게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법적 및 구조적 인종차별인 것이다.

◆유학생.취업이민에 대한 단속과 심사 강화=유학생들의 경우 학교 출석률, 결석 여부, 성적표, 수업 노트, 거주지, 재정지원, 불법취업 여부 등 재학기간의 모든 기록을 검사한다. E, H, L, O, P, R등 취업비자 소지자들도 신청시 심사 강화, 내사 강화, 규정 임금, 근무지, 세금보고 등을 철저히 검사한다. 규정 위반 시 취업비자 소지자뿐만 아니라 영주권자 또는 시민권자인 고용주도 처벌을 받는다.

◆서류미비자 고용주 처벌 강화=최근에 전국에 있는 세븐일레븐 가게들에 대한 대대적인 기습조사와 체포로 17개주 98개 업소에서 21명이 현장 체포됐다. 주목할 점은 이들 업소가 모두 이민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지역 경찰 등을 동원하라는 연방정부의 명령을 거부한 '이민자 보호 도시' 였다는 점이다. 이 또한 정치적 목적이 분명하다. 지난 1년간 고용주 처벌은 1360건으로 40% 증가했고 신임 이민국장 커스텐 닐슨은 향후 400% 증가 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닐슨 국장은 이민국의 강령에서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는 문구를 삭제한 장본인이다.

◆청년 추방유예(DACA) 폐지=2017년 9월 5일 DACA 프로그램을 전면 폐지했다. 이 프로그램은 16세 이전 입국하고, 고교 이상 졸업에 범죄기록 없는 청소년에게 추방을 임시 유예하고 노동허가증 카드와 여행허가증을 발급하는 제도로 2012년부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실시했다. 현재는 연방법원의 판결로 연장신청에 한해서 허가를 해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연방 대법원에 의해 완전 폐지될 경우 이미 신분이 이민국에 노출된 상태라서 가장 먼저 추방될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비한 한인 커뮤니티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합법이민 50% 축소=이는 곧 비백인 유색인종 합법이민 50% 축소이며 교회도, 한인 비지니스도, 한인 단체도 절반으로 축소됨을 의미한다. 결국 우리가 땀 흘려 이룩한 한인 커뮤니티와 한인 정치력 신장도 축소되고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시절 구호로 내걸었던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속내는 'Make America White Again'이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모든 반이민 행정명령을 주도하고 기안한 사람은 집권초기에는 스티브 배넌 수석 전략고문 이었고 현재는 스티븐 밀러 수석정책고문이다. 이 두 사람과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과의 커넥션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공공복지 수혜자 영주권 기각 범위 확대=초안보다 일부 항목이 제외되긴 했지만 푸드스탬프, 주택 보조금, 응급실 치료를 제외한 메디케이드, 약값보조 메디케어 파트D등이 추가로 포함됐다. 이민자들 전체가 내는 세금이 이민자들 전체가 받은 공공복지 수혜보다 월등히 많다. 또한 병원 혜택을 못 받아 전염병들이 발생하면 사회적 경제적 비용들 즉 납세자들의 부담이 더 늘어난다. 이 행정명령 또한 국민 건강과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백인 보수층의 지지를 얻고 합법 이민자 숫자를 줄이려는 정치적 이유를 위한 정책으로 판단된다. '

◆인종차별사건과 혐오범죄의 급증=트럼프 대통령의 후보시절 선거유세 기간 동안 쏱아 낸 반이민, 반인종, 반여성, 반다양성, 친백인우월주의적 발언들로 인해 2016년 이후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인종차별사건과 혐오범죄가 매년 20% 증가했다. 버겐 아카데미 교사의 한인혐오발언 사건이나 팰팍 시장 모친의 한인비하 및 혐오발언 사건처럼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를 포함한 유색인종 이민자들은 누구라도 혐오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난민 자녀 3천명 부모와 분리수용=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모국에서의 전쟁, 폭력, 가난을 피해 미국으로 피난 온 남미출신 난민들을 난민 심사는 커녕 불법 입국자로 형사 재판을 받게 해 추방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어린 자녀들과 열악한 수용소에 장기간 분리수용 했다. 이는 명백히 국제 난민협약, 국제인권협약, 그리고 미국 헌법의 위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증조부도, 스티븐 밀러 수석의 증조부도, 아인슈타인도, 쇼팽도, 한국전쟁 동안 우리 동포들도, 그리고 예수와 마리아와 요셉도 모두 한때는 난민이었다.


다시 "I HAVE A DREAM" 선포

'이민자의 나라' 우리가 지켜야


미국은 이민자들로 세워지고 이민자들로 발전해온 나라다. 이민자들은 미국 사회와 경제에 기여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행정부는 이민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 시키고 이민자들의 대대적인 추방과 이민자들의 숫자를 반으로 줄이는 정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모든 반이민 정책들이 발효되고 현실화 될 경우 한인 이민자들을 포함한 모든 이민자 커뮤니티는 반이상 축소 및 위축되고 차별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우리가 땀 흘려 이루고자 하는 권익신장과 정치력 신장은 요원해지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이민자 권익옹호활동은 생존권수호활동의 차원으로 넘어갔다. 또한 반이민정책에 반대하고 이민자들을 보호하는 일은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며 200년 이상 흑인들과 유색인종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일궈낸 민권법과 이민법을 지키는 일이자 미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키는 일이다. 앨라배마주 셀마의 작은 교회의 민권운동에서 킹 목사가 나오고, 시카고의 풀뿌리 운동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나왔듯이 한인 이민자 사회도 이민자 보호운동을 통해 새로운 차세대 리더십을 개발하고 키워 나가자. 이민자 권익옹호 활동을 하는 변호사의 한 사람의 눈으로 보건데 한인 커뮤니티의 DACA 드리머들은 지금은 상처받고 있는 희생자이지만 언젠가는 이들이 상처받은 치유자(Wounded Healer)가 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DACA 드리머들dl 한인 커뮤니티의 로자 팍스로 훗날 존경 받는 커뮤니티 지도자로 우뚝 설날이 올 것이라는 꿈과 희망을 갖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후원을 해주어야 한다. 지금은 이민자들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 이지만 신앙의 눈으로 보면 고통도 은총이 될 수 있고 위기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은 21세기의 새로운 "I HAVE A DREAM"을 선포해야 할 때다.

박동규
변호사/시민참여센터 이민자 보호 법률대책위원장


박동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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