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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평범에서 비범으로, 비범에서 평범으로

[LA중앙일보] 발행 2018/10/04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10/03 18:59

모니카 류 / 암방사선과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누가 지금 나에게 '당신의 두 딸들이 어떻게 사는 것을 원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필부로 살아가는 것을 바랍니다'라고 답 할 것이다. 두 딸들은 엄마이고 아내이며 전문직을 갖고 있다. 같은 질문을 아이들이 중학교 다닐 때 받았다면 '비범하게 자라 줄 것을 원합니다' 했을 것이다. 나잇대에 따라 부모의 바람이 다르다니, 참으로 아이러니 한 마음이고, 부조리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나의 부모님도 나에 대한 바람이 성장 과정 시기에 따라 변했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것 같다. 부모님은 초등학교 시절을 여느 아이들처럼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밖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한글도 익히고, 덧샘 뺄샘도 하고, 벽시계를 읽는 법도 이해하면서 무럭무럭 자라 주기를 바라셨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중학교로 진학했을 때부터는 고등교육의 비전을 갖고 나를 바라보셨던 것 같다.

내가 정규 고등교육을 끝내고 전문의사가 되고 난 후 당신들은 내가 힘들지 않게, 애쓰지 말고 평범하게 살아 갈 것을 바라셨다. 도대체 그때 부모님이 생각하신 평범이란 무엇이었을까? 소위 항간에서 말하듯이 당신들 마음에 드는 청년을 만나 결혼했으나 어려운 시집살이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아이 낳고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었으리라. 나는 그렇게 살아 왔다.

학창시절의 평범과 생활인이 되었을 때의 평범의 정의나 기준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어폐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또 평범과 비범이라는 실체는 나의 경우에는 학구적이고 학술적인, 그것에 부수된 삶에 대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실상 그 범위가 국한되어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부모님은 나에게 공부 잘 하라고 하시지도 않았다. 나는 성적 나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꼭 두 번 있다. 한 번은 언니한데 신랄하게 질책을 받았다. 엄마와 아버지 대신 언니가 내 담임 선생을 만나러 갔던 때가 있었다. 언니는 생각보다 내 성적이 안 좋아서 '쪽 팔렸던' 것 같다.

또 한 번은 사돈 언니뻘 되는 교수였는데 내가 장학금 신청을 했을 때 조용히 불러 성적이 별로 안 좋다고 말해 주었다. 얘기가 옆으로 새지만, 실상 나는 의대 본과 시절에 수재로 간주되어 문교부 장학금을 탄 적이 있다.

도대체 내가 감지하고 있는 평범이란 무엇인가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평범이란 '사회의 주류적 가치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라고 누군가 정의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평범하다는 것을 '보통인 것'으로 설명하는데 그러면 '보통'이란 무엇인가를 또 따져봐야 한다. 뛰어나지 않고, 열등하지 않은 것이 보통이란다.

여기서 내가 열거해 온 학교, 학교 성적, 고등교육 속의 평범, 비범, 보통 등의 이야기를 떠나서, 나의 부조리한 기억으로 돌아간다. 평범과 비범, 보통이라는 것을 삶의 다른 부분에서도 구분하고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범한 사람이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88세 '오마하의 현인'인 기업가이며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그 좋은 예이다. 그의 평범한 일상생활에 대해서는 미디어가 이미 많이 보도한 바 있다.

'시집살이 어찌 하는지 누가 점수 매기러 오지 않으니, 성실히 편히들 살거라.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하시던 내 친구 어머님의 말씀으로 이 글을 끝낸다. 그 때는 필부의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을 내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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