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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맛집의 기본은 '일정한 맛'

진성철 / 경제부 차장
진성철 / 경제부 차장  

[LA중앙일보] 발행 2018/10/06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8/10/05 18:26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1980년대 초반~1990년대 말에 출생한 밀레니얼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요식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치는 중이다. 눈으로 보고 맛보고 만져보는 등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며 소셜미디어가 일상이 된 밀레니얼세대의 발길을 잡으려고 레스토랑과 스페셜티 커피숍 주인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뜨면 업소도 뜬다는 공식이 성립해서인지 몰라도 업소 인지도가 생겼다 하면 업주는 소셜미디어에 올렸을 때 폼나는 메뉴나 아니면 해외 이벤트나 수상 경력 등 대외활동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말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이 있다. 자칫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음식은 보기 좋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보다는 맛은 좋은데 보기도 좋으면 더 낫다는 말이 올바른 풀이이라 하겠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플레이팅이나 독특한 프리젠테이션 또는 세계 행사에서 참여한 사실을 소셜미디어에 알리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알리기 위한 덤이다. 인스타그래머블은 신조어로 사진 기반의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보기만 좋고 음식 맛은 왔다갔다하는 업소는 꽝이다. 신기한 라테인데 어느 날은 맛이 좋고 그 다음날은 맛이 그저 그러면 정말 별로인 커피숍이 된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만큼 이런 소문도 SNS상에서 빠르게 퍼져 업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직업 특성상 맛집을 소개하는 일이 종종 있다. 동료 한 명이 오렌지카운티에서 뜨는 스페셜티 커피숍 여러 곳을 묶어서 소개한 적이 있다.

다른 커피숍은 다 좋았는데 한 곳의 커피 맛은 별로였다는 독자의 전화를 받았단다.

필자도 그 집의 커피 맛을 봤다. 처음에 갔을 때는 독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맛이 좋았기에… 2주 후 다시 그 숍을 찾았더니 맛이 완전 평범했다. 맛의 기복이 있는 집이었다는 걸 그제야 눈치챘다. 그 숍의 소셜미디어를 보니 그 업소 대표가 일본 행사로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대표가 없으면 맛이 없는 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에서 유명한 일식당을 수십 년째 운영하고 있는 업주에게 비법을 묻던 인터뷰의 한 장면이 뇌리를 스쳐갔다.

"비가 오면 맛이 없고 날이 맑으면 맛있는 레스토랑을 누가 찾겠느냐. 언제 가더라도 일정한 맛을 고객들이 기대할 수 있어야 그 레스토랑을 다시 가게 된다."

10여 년 전 쓴 칼럼을 우연히 봤다. '불황을 모르는 필리페 식당'이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필리페 프렌치 딥 샌드위치는 LA지역에서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 성업 중인 대표 식당이다. 고기의 지방을 제거한 육수에 바게트 빵을 살짝 적셔서 먹는 프렌치 딥 샌드위치 맛은 이 식당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별미다. 이 육수의 맛을 무려 110년 동안 일정 수준으로 지켜온 게 이 식당의 장수 비결이란다. 세상이 바뀌어도 맛집의 본질은 '맛'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맛집의 명성을 유지하고 싶다면 '맛'의 일관성을 지키는 게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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