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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불황' 은 '불행' 이 아니다

김완신/편집국 부국장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확히 말해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고유가에 주택가격은 하락하고 여기저기서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대학가에는 무료급식소를 찾아 먹을 것을 해결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스쿨버스 운행 비용이 부족해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얼마전 매사추세츠에서는 50대 여성이 살던 주택이 차압 위기에 놓이자 낙심해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녀는 목숨을 버리면서 아들에게 '생명보험을 타서 집값을 갚으라'는 안타까운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까지 '불행'해지는 느낌이다. 경제적 불황이 사회적 불안으로 전이되는 현상이다. 자본주의 시대 이전에는 불황과 불행은 연관성이 그다지 직접적이지 못했다. 불황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불황은 돈의 문제였고 불행은 마음의 문제였다.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고 돈이 많아도 불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 문제가 생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시대에는 이같은 낭만적인 생각만으로 불황을 마주할 수는 없다. 무인도에서 홀로 자급자족하는 사람이나 현실을 벗어나 이상향에 사는 도인이 아닌 이상 경제문제에서 무관하지는 못한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는 저서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Stumbling on Happiness)'에서 잭팟에 당첨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는 엄청난 부를 얻거나 바라던 것을 이뤘을 때 예상했던 것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반대로 불행이 인간을 이겨낼 수 없는 고통으로 몰아가지는 않는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실상황이 극한의 불행으로 추락했을 때 심리적 면역체계가 작동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눈 앞에 닥쳐 경험하게 된 불행이 상상했던 것보다 크지 않고 심리적 면역체계는 이를 충분히 극복해 나갈 힘이 있다고 한다. 적응하고 이겨 나가는 과정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이다.

불행 대신에 불황을 대입시켜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의식주 해결이 발등의 불로 다가왔어도 심리적 면역체계는 이를 이겨 나갈 수 있다.

불황은 돈의 여유가 있고 없음에 따라 발생하는 외부적인 문제지만 불행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 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심리의 영역이다. 마테오 모테를리니의 저서 '이코노믹 마인드'에는 '99%의 경제를 움직이는 1% 심리의 힘'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불황극복과 경제문제에 있어 심리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불황의 시대에는 웃음이 사라진다. 최근 마케팅 분야에서는 웃음을 주제로 한 '펀 경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얼어 붙은 소비심리를 웃음으로 풀겠다는 시도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많이 웃으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심리상태가 조성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중앙일보.중앙방송이 펼치고 있는 스마일 캠페인도 이같은 맥락이다.

불황이 웃음마저 가져가지는 못한다. 마음으로부터 불황을 떨쳐 버려야 할 때다. 지금의 경제가 영성서적에 나오는 수사적 문구로 위로 받을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심리적 면역체계를 힘차게 작동시켜야한다. '불황'은 결코 '불행'이 아니다. 불황이 마음속 깊이 자리잡으면 불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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