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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세이] 경제 성장을 넘어 내적 성장으로

미국 경제가 연간 2%대의 지지부진한 성장률을 넘어 3%대의 성장률을 바라보고 있다. 대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 형성된 안정된 성장 기조 위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기업 세금 축소 정책과 기업 규제의 완화가 성장률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경제의 빠른 성장세는 다른 국가들의 저조한 경제 상황에 비춰보면 더 돋보인다. 그리스, 이태리의 아주 어려운 상태를 포함한 유럽 경제는 그 모멘텀을 잃어가고 있고, 미국과 견주던 제2 경제 대국이라는 중국은 대미 무역 전쟁뿐만 아니라, 야심작으로 시도한 일대일로 정책이 참여국들의 부채 증가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머징 국가들의 외환 위기로 상징되는 유동성 악화 상황이다.

이렇듯 나 홀로서기의 미국 경제의 발전은 당장 미국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경제 성장이 가져온 4% 미만 대의 실업률, 여러 번 갈아치우는 주식 시장의 신기록 지수, 그동안 꾸준히 올라간 부동산 시장은 우리 일반인 생활에 직결되는 소득과 재산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이 정도면 소위 옛말로 '태평성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미국 사회는 태평성대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아주 부족하다.



태평성대는 물질적 풍요와 마음의 평안의 두 가지 축을 충족할 때 이루어진다. 물질적으로 힘들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기는 아주 도를 튼 사람이 아니고는 힘들다. 반면에 마음의 평안 없이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행복하기도 어렵다. 이 둘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 관계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이 바로 '경제'의 어원이다. 경제는 영어의 economy를 일본 메이지유신의 당사자들이 번역한 것으로 '경국제세' 또는 '경국제민'의 약자다. 이 뜻은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 내지 인민을 구한다는 뜻이다. 경제의 목표는 물질적 풍요에 그치지 않고 세상과 인민을 구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데 있다고 하는 것으로서 정치와 경제가 하나로 합쳐지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 맥락에서 보면 지금 미국은 물질적 풍요는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마음의 평안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사회의 양분화 때문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문제도 여러 계층에 스트레스를 주는 문제이며, 중국과의 대립을 필두로 하는 국제간 분리, 중동 사태와 테러리즘의 문제, 성 소수자에 대한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갈등과 이념의 대립이 커지고 있다.

이 양분화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 이전부터 이미 미국 사회에 팽배해지기 시작했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더 첨예화하고 급진전하고 있다. 이렇듯 사회가 나누어지면 물질적 성장이 된다 해도 집단 간 갈등으로 인해 국민적 행복이 불가능해진다.

이민자로 시작된 미국 사회의 위대함은 바로 새로 개척지에 내려선 청교도의 자기 절제와 이웃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포용의 정신에 있다. 그동안 미국이 세계의 지도적 역할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포용의 정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내외적으로 갈등의 진원이 되면서 그 위대함이 도전받고 있다. 물질적 성장이 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성대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바로 이 양분화에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진정으로 성장해야 하는 것은 절제와 배려와 포용의 정신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경제 성장의 목표는 양분화를 통한 내 세력의 특권 늘이기와 과시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껴안고 가는 데 있다. 양분화의 갈등이 심화되는 이 시점에 타협과 관용과 이웃 사랑 등 진정한 내적 성장을 생각해 볼 때다.


최운화 / 유니티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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