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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치우치지 않는 마음

원불교 대학교 시절, 설교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대기실에서 열심히 원고를 숙지하다가, 평소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스승님의 조언이 생각나서 원고 윗부분에 '당당하게'라고 메모를 했다. 잠시 후 다시 그 옆에 '겸손하게'라고 적었다. 너무 당당한 모습에 치중하면 혹시라도 그것이 지나쳐 건방져 보일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당당하면서도 겸손하게 하고 싶었다.

어느 날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더 어진가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 자장이 더 낫다는 말입니까?"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잘 알고 있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고사이다.

위의 예처럼 당당하고 겸손한 태도는 모두 바람직한 태도지만, 어느 쪽으로든 치우치게 되면 순식간에 건방지거나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변하고 만다.

환자의 맥이 너무 급하면 느리게 하고 너무 약하면 강하게 약을 써서 그 혈맥이 골라져야 건강한 육신이 되는 것 같이, 마음 쓰는 데 있어서도 과불급과 치우침이 있다면 그것을 과불급이 없는 중도에 맞게 바로 잡아야 건강한 마음이 될 것이다.



사람의 성질이 진중하기만 하면 조그마한 어려움 하나도 쉽게 극복하지 못하게 되고, 활발하기만 하면 너무 허허하여 함부로 하는 병이 있으며, 뜻이 너무 고상하기만 하면 오만한 병이 있고, 마음이 겸손하기만 하면 추진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원대한 생각만 가진 사람은 작고 가까운 일에 소홀한 병이 있고, 너무 세밀한 사람은 전체를 살피지 못하는 병이 있으며, 열성이 너무 과한 사람은 재주 있는 사람을 시기하는 병이 있고, 뜻 없이 평범하기만 하면 모든 일에 열성이 적은 병이 있으며, 성질이 곧기만 하면 사람이 잘 따르지 않는 병이 있고, 뜻 없이 화하기만 하면 정의를 세우기 어려울 수 있으며, 너무 강한 사람은 잔인한 병이 있고, 유하기만 하면 모든 일에 결단력이 적은 병이 있을 수 있다.

필자 주변엔 똑똑하고 추진력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내게 부족한 면이라 부럽지만, 그런 분들일수록 건방지다든가 독선적이라는 비난도 흔히 듣게 된다. 선배 중에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분이 있다. 인간적으로야 다들 좋아하지만, 조직관리와 인사관리에 무능하다는 평가 역시 그림자처럼 늘 그 선배를 따라다닌다. 우리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특성은 양면이 있다. 어느 쪽으로든 지나치면 아무리 좋은 덕성들도 순식간에 단점으로 변하고 만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다.

똑똑하신 분들은 그것이 과해서 독선적이 되지 않게, 성격이 좋고 겸손한 분들은 그것이 지나쳐서 수동적이거나 무능한 데 흐르지 않게 늘 유념해야 한다. 다른 장점들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반면에, 장점과 단점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은 우리의 단점들도 조금만 반대쪽으로 옮기면 얼마든지 훌륭한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수동적이고 소심한 태도가 겸손함과 부드러움이 되는 것이나, 건방지다는 비난을 받는 사람이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작은 노력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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