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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로봇이 채소를 기른다

지난주 북가주 팔로 알토 인근의 샌카를로스의 도심에서 미국 내 첫 로봇 농장인 '아이언 옥스(Iron Ox)'가 문을 열었다. 쇠로 만든 소라는 아이언 옥스는 로봇일 것이다. 농사의 상징이었던 소는 개솔린을 넣고 사람이 조종하는 기계로 대체된 지 오래지만 이젠 쇠로 만든 소인 로봇이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IT가 제2의 녹색혁명을 이끈다는 예측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이미 원격조정 센서와 드론, GPS를 이용해 토양·기후·습도·종자 등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측정하고 판단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개발되거나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벌 대신 수분을 해줄 드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농업이나 정밀 농업이다.

새로운 농법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농업 부문 투자가 한 해 전보다 29% 증가한 100억 달러에 이르렀다니 농업이 IT 분야로 흡수되는 것이 현실이 되는 듯하다.

그래도 아이언 옥스는 특이하다. 구글 전 직원이 공동 창업한 이 농장은 우선 도심에 있다. 흙이 없다. 영양분이 든 물로 식물을 키운다. 흙 대신 물로 키우는 수경 농법이나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도심농장은 낯설지 않지만 아이언 옥스는 여기에 본격적으로 IT를 적용해 농사에 뛰어들었다.



이 농장에서 가장 눈길이 간 것은 모듈식 농법이다. 농장 자체도 2000스퀘어피트의 작은 규모지만 실제로 식물이 자라는 것은 가로 1m 20cm, 세로 2m 40cm 크기의 모듈이다. 농장은 이런 모듈의 연속일 뿐이다. 농장의 크기는 모듈의 숫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형태는 축산업이 공장식으로 변한 것과 유사해 보인다. 축산업은 오래전에 초지를 떠나 건물 안으로 들어왔고 가축을 일정한 공간 안에 몰아넣는 공장형으로 변했다. 공장식이 가축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처럼 농산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장식 축산의 폭발적 생산성이 농산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언 옥스는 로봇 농장의 생산성이 전통 농장보다 30배 높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30배 높은 생산성. 이것이 현실이라면 농업혁명이라고 할 만하다. 이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은 채소와 허브다. 흔히 말하는 신선 식품이다. 재배와 운송이 까다로운 것들인데 수경과 도심 재배는 이런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한다. 실내에서 기르니 날씨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농장에서 수확해 도시로 가져오지 않으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운송비를 절약한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같으니 신선도를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노동력을 줄일 수 있고 1년 내내 생산할 수 있으니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로봇 팔에는 센서 4개, 카메라 2대가 부착돼 작물의 상태와 병충해 여부를 0.1mm 단위로 살필 수 있다. 로봇이 보내는 정보를 바탕으로 브레인이라 불리는 인공지능이 농장을 관리한다. 채소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살모넬라균 등을 훨씬 더 잘 막을 수 있다.

아이언 옥스는 올해부터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식당과 마켓에 납품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거래처를 늘리고 그 이후엔 다른 도시에 농장을 열 계획이다. 현실이 된 IT 농업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이 또 있다. 미국에서 아직 전국 판매망이 없는 것이 샐러드라는 기사였다. 그 이유는 물론 신선도와 안전성 유지가 어려워서다. 아이언 옥스 같은 농장이 도시에서 도시로 농장을 확산하면 단순한 납품에 만족할까. 전국 어디서나 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샐러드를 내놓을 수 있다. IT 시대 마지막 질문은 같다. 그럼 시골의 채소 농장은 어떻게 될까.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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