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시 론] 남북한 '힘의 균형'은 유지돼야 한다

평양에서 지난달 서명한 남북 군사합의서의 키워드는 한반도의 군사적 안정에 기여할 물리적·심리적 완충지대 설정이었다. 한국정부는 사실상 종전선언이고,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군의 양적 우위에 대해 우리 군의 질적 우위로 유지하던 남북한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북핵 문제 해결의 한 축인 '압박과 강요'의 군사전략을 사실상 버리려고 작정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다. 남북 간에 상호주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합의가 안고 있는 군사적으로 불리한 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열리면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을 포함한 모든 군사훈련, 3축 체계(미사일 방어·KAMD, 킬체인·Kill Chain, 대량응징보복·KMPR)를 비롯한 모든 전력증강사업, 해상 불법행위 차단 및 봉쇄 활동, 정찰 활동 등의 중단을 최대치로 요구할 것이 뻔하다.

둘째, 우리 군의 감시정찰 능력의 약화다. 비행금지구역의 확대로 북측 지형 후사면의 위기·도발 징후를 포착하기 위한 사단과 군단의 무인항공기(UAV) 운용은 불가능하고, 새매(RF-16) 정찰기 운용도 제한된다.



셋째, 위기상황에 대한 즉시 대응 태세에 제약이 따른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승진훈련장의 근접항공지원훈련은 보장되지만 연대급 기동과 포병 사격, 해상 기동과 함포 사격훈련을 못 해 작전 현장에 익숙한 기동과 화력 능력은 둔화한다.

넷째, 서해 5도의 방어태세 약화는 심각하다. 적대행위 금지 수역 내 북방한계선(NLL)의 경비작전은 지속하지만, 대잠초계기와 헬기 운용 여부는 불분명하다.

다섯째, 평화를 부각하기 위해 교전규칙이란 국제 표준어조차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평화 무드 속에서 군이 유사시 제대로 판단하고 조치할지 걱정이다. 지금까지 견지해온 '도발 원점-지원세력-지휘세력 응징' 원칙은 북한 도발 억제에 유용한 군사 전략적 도구였다.

여섯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에서 남북의 구획이 없어지면 우발적인 무력충돌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우리는 지금과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이번 군사합의서가 북한이 비핵화 보상을 앞세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할 문서라는 비판적 인식을 견지해야 한다. 유엔사·연합사의 동의를 확인하고 북한 도발 억제, 초기 대응과 신속한 후속 증원을 위한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비핵화와 재래식 군비통제 문제를 적절히 분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대남 적화 의도를 포기했다는 검증 없이 더 이상의 불리한 협상은 금물이다. 이참에 북한의 화생무기 운용과 사이버공간의 적대행위도 중단시켜야 한다.

셋째,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의 기준은 NLL이어야 한다. 해상경비작전에서 대잠초계기와 헬기 운용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넷째, 군 리더십은 국방에 관한 논의에 있어 정부 내 소수의 이상주의자가 문민통제 권한을 휘두르게 방관하면 안 된다. 다섯째, 군사공동위원회 의제는 군사작전과 전략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위원장은 군사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군사이론과 실제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없으면 '알아서 기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북의 민족자결 열망이 북핵 문제에 대해 착시를 일으켜선 곤란하다. 북한 비핵화에 있어 걸림돌을 제거한 뒤에 군축을 논의해도 절대 늦지 않다. 이것이 국가 안보와 민족의 미래를 보장하는 첩경임을 외면해선 안 될 일이다.

예비역 육군 중장


류제승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