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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제목 잘 달면 '절반의 성공'

[LA중앙일보] 발행 2008/07/3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8/07/30 22:28

이종호/편집위원

신문사서 오래 일했다는 이유로 간혹 교회 신문이나 단체의 회보.소식지에 대한 조언을 부탁받을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은 실린 내용에 비해 그것을 담아 낸 형식과 틀이 왠지 미숙하고 조악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편집의 문제인데 만드는 분들이 이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만 하고 있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지면을 보여 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갖는다.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지면의 완성도나 세련미는 편집 곧 레이아웃과 제목에 의해 좌우된다. 아무리 유능한 디자이너가 지면을 꾸며도 신문을 신문답게 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결국 제목이다.

그런데 막연히 제목달기라고 하면 연극.영화.노래와 같은 다른 분야의 제목과 도대체 어떻게 다른지를 전혀 구분해 주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누구나 신문 제목을 달 수 있다고 여기고 소설이나 연설문 제목 같이 밋밋한 헤드라인이 아무렇지 않게 지면에 실리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보통 큰 신문사에는 제목만 전문적으로 다는 훈련된 편집기자가 따로 있다. 그들이 어떻게 제목을 다는 지를 들여다보면 비전문가들의 제목달기에도 다소 도움이 될지 않을까 하여 소개해 본다.

편집기자가 제목을 달 때는 보통 세 가지를 고민한다. 첫째는 기사에 대한 사실 전달이다. 이 기사가 무엇을 담고 있는가 어떤 새로운 내용이 담겼는가를 먼저 탐색한다. 제목은 이에 근거해 뽑아 내는 것이다. 기사 따로 제목 따로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두 번째는 기사의 취지와 의도의 파악이다. 왜 이 기사가 씌어 졌는가 왜 이 기사를 실어야 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제목을 만든다. 취재 배경이나 기획 의도가 정확히 반영되어야 기사도 살고 제목도 산다.

세 번째는 독자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입장을 달리해서 보면 무엇이 더 중요한 지 어떤 것이 더 관심이 가는 내용인지 새롭게 보인다. 제목을 단다는 것은 독자에 대한 서비스다. 어려운 내용은 풀어 주고 모호한 내용은 분명히 하고 무미 건조한 말은 매력적인 말로 바꿔야 한다. 평범한 얘기라도 관심이 가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제목인 것이다.

이러한 고민들은 실전에 들어가서는 몇 가지 기술적인 요령들로 더 구체화된다. 주 제목의 글자 수는 10자 안팎으로 할 것 동작형 단어를 선택하여 힘을 줄 것 다양한 제목 형태를 고려하되 주제와 부제의 호흡을 맞출 것 등이 그것이다.

급증폭등청신호빨간불삐걱한인낭자추진비상 같은 상투적인 표현은 최대한 자제할 것 동어 반복을 피하고 생기 발랄한 말을 찾아 쓰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할 것 역시 중요하다.

그래도 막상 달아보면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 것이 제목이다.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므로 정답이 없다는 것도 어려움이다. 그렇지만 촌철살인까지는 아니어도 간단 명료 핵심 전달이라는 기본만 지켜도 독자의 눈을 조금은 더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은 기사에서 나오지만 실은 그 자체가 기사이기도 하다. 아니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엔 제목만 대충 훑어보는 독자들에겐 오히려 기사의 전부일 때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 결코 아무렇게나 제목을 달아낼 수는 없다고 본다.

동포사회 기관.단체들의 소식지나 회보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를 꿈꾼다면 우선 이런 고민부터 다시 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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