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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글렌 굴드의 세균공포증

[LA중앙일보] 발행 2008/08/01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8/07/31 22:28

정유석/정신과 전문의

글렌 굴드(Glenn Gould1932~1982)는 20세기에서 활약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그는 음악성이 뛰어난 것으로 잘 알려졌지만 기이한 행동으로도 잘 알려졌다.

그는 1932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질을 보였다. 3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5살에 작곡했다. 불과 10살에 토론토 왕립음악원에 입학했으며 12살에 첫 공연에 나섰다.

1955년 뉴욕 데뷔에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 얼마 되지 않은 관객 속에는 당시 콜롬비아 레코드 회사의 고전음악 책임자가 있었다. 당시는 마침 레코드 업계에 LP가 등장할 무렵이었다.

굴드의 뛰어난 재능과 불꽃 튀는 기교 그리고 당시 일반인에게는 아주 생소했던 작곡가들의 작품을 발굴하여 독특한 해석을 통해 도전하는 모습에 반한 회사 책임자는 연주 바로 다음날로 굴드 청년에게 콜롬비아 레코드와 장기간의 독점 계약을 제안했다.

콜롬비아 레코드에서 그가 처음으로 출간한 음반은 바하의 '골드버그 변주곡'이었다. 이 곡은 원래 당시 피아노보다 더 많이 이용되던 쳄발로를 위한 음악이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저 평범하게 연주할 이 곡을 굴드는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인상을 주는 악보에서 주제 선율을 찾아 그 부분을 강조해 연주했으며 극단적인 템포의 변화를 이용해 아주 다이내믹한 음악으로 재탄생시켰다.

그 결과 그는 이를 30개의 변주를 따로 독립적인 곡으로 만들었다. 이 음반은 즉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로 인해 그는 20세기 바하 음악의 권위자로 되었으며 그 후 25년 간 바하의 모든 건반음악을 연주해 레코드로 남겼다.

31세에 그는 9년 동안의 '연주 생활'에서 은퇴하고 레코드 제작에만 몰두했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은 음악회를 통한 연주를 선호했지만 그는 반대였다.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박수 갈채나 받기 위해 쓸데없는 제스처를 부리고 과장해서 극적 분위기나 만드는 음악회보다는 레코딩 스튜디오가 완전한 통제하에 완벽을 추구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이라 생각했다.

굴드는 생전에 많은 기행을 보였다. 그는 녹음할 때를 빼 놓고는 남들과 어울리지 않고 홀로 은둔생활을 했다. 그가 연주를 선호하지 않은 이유를 '우글거리는 사람들 속에' 있기를 싫어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그가 연주하는 음반을 들어보면 드물지 않게 그가 전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치고 있는 곡을 따라 끙끙거리고 신음하면서 노래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는 항상 감기에 걸릴까 걱정했다. 그래서 뜨거운 여름에도 두꺼운 스웨터에 베레모를 쓰고 스카프 장갑 게다가 무거운 오버코트 까지 입고 지냈다.

또 연주 직전에는 손이 온통 새빨개질 정도로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갔다. 그는 병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어머니가 임종할 때에도 병원을 찾아가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는 남들과 몸이 닿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병균이 옮길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피부 접촉을 피했다. 번번이 콘서트를 취소했으며 나중엔 음식도 믿지 못해서 식사 대신 여러 약물을 복용했다.

그의 기행을 종합해 볼 때 정신과적으로 그는 '건강 염려증' 증상을 보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건강에 대한 염려에도 불구하고 1982년 뇌출혈로 인해 50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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