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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모두가 '프로' 일 수는 없다

바야흐로 '가을 야구'가 한창이다. 정규시즌 각 지역 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끼리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 시리즈를 거쳐 한 해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왕자를 가리는 월드시리즈까지 이어지는 장정이 야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여드는 메이저리그는 선수들 몸값이 일반인들로서는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치열한 경쟁은 물론이고 그날그날의 성적에 따라 생사가 판가름 나고 한 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며 모든 것이 다음 해 연봉과 직결되는 냉혹하고 살벌한 곳이다.

야구 경기를 TV 중계로 보다보면 자주 보게 되는 광경이 있다. 경기 중 포수가 투수한테 가서 말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대화하는 장면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유를 알겠지만, 바로 입모양을 보고 상대팀에서 대화내용을 알아차릴 수 있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사실 그 먼 곳에서 둘이서 나누는 대화 내용을 입모양을 보고 얼마나 알아 차릴까마는 만에 하나까지도 대비하며 경기를 진행한다는 프로페셔널리즘의 한 예이다.

살다보면 여러 분야에서 많은 프로들을 만난다. 한국의 정상급 여가수의 일상을 추적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50십이 훨씬 지난 지금도 시원하게 올라가는 고음 성량으로 젊은 후배가수들을 압도하는 그녀는 성대 보호를 위해 엄청난 정성을 쏟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목을 풀기 전까지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굳이 필요한 말은 필담으로 나눌 정도다. 목에 자극적인 매운 음식이나 음료는 절대로 입에 대지도 않는다. 그러한 프로정신으로 점철된 삶의 자세가 30년 이상 대중들로부터 사랑받고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런 프로들의 자세를 경이로운 마음으로 보면서도 과연 나는 그런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머뭇거려진다. 프로라면 남들 앞에서 어떤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실력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어야 자격이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프로라면 하기 싫은 일도 끝까지 잘 해내야 한다.

아마추어는 어떤 일이든 '좋아서 하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취미삼아 소일거리로 하는 것이다. 재미와 즐거움이 없다면 더 이상 할 의미가 없어진다.

모두 프로가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지 않을까. 프로처럼 해야 하는 일을 아마추어처럼 하면 욕을 먹거나 도태되기 쉽고, 아마추어처럼 즐기며 어울리는 일에 프로처럼 목숨을 거는 자세도 바람직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너무 프로처럼 완벽하게 모든 일을 잘 하려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임하는 아마추어의 자세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던 어느 가요 프로그램 오디션에서 한 심사위원의 말이 다시 떠오르는 아침이다.


송훈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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