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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남·북·미 새로운 패러다임

지난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5.24 조치' 해제 용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는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그들은(한국정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마지막 밀고당기는 민감한 시점에 불거져 나온 강 장관의 발언에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엄연한 주권국가에 대해 '승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한국을 속국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으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사실 비핵화 문제로 북미 간의 대립은 주권에 관한 문제다. 북한은 "북미 모두는 동일한 주권을 가진 국가로서 대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1648년의 웨스트팔리아 평화조약(Peace of Westphalia)을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의 경제권력과 군사패권을 가진 미국을 자그마하고 경제력도 형편없는 북한과 어떻게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느냐"며 주권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를 보이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은 동등한 주권국가로서 '상호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며, 미국은 '일방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웨스트팔리아 평화조약이란 당시 유럽 최강의 신성로마제국과 떠오르는 네덜란드 사이에 고조된 전쟁위기를 프랑스의 중재로 체결된 조약이다. 이 조약으로 신성로마제국에서 일어난 30년 전쟁과 네덜란드 독립전쟁이 종결되었다.

또한 이 평화조약에서 "큰 국가나 작은 국가나 모두 똑같은 주권을 갖는다"는 '주권국가' 개념을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웨스트팔리아 조약은 초기 근대 유럽의 전체 판도를 바꿔놓을 만큼 국제관계에 광범위하고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고 중요한 변화로 이어졌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자국의 주권과 영토를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이미 사실상의 독립국이던 스위스와 네덜란드는 물론이고 신성로마제국 울타리에 갇혀 있던 300여 연방들의 영토주권이 공인되는 국제 질서상의 변화이었다. 이 나라들은 외국과의 자유로운 조약체결권을 부여받았고 군주들은 자기 영지 내에서 절대적인 지배자가 되었다. 이에 따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영토적 손실과 함께 심대한 지배력 손상을 감수해야만 했다. 한편 프랑스와 스웨덴은 '평화의 보증인'으로서 제국 내 현안들에 간섭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지난 5일 본국의 한 언론사와 가진 특별대담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남북대화가 북미 대화보다 앞서가는 것이 역사의 순리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개선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고 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그간 한미 공조라는 명분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 했지만 아무것도 안됐다.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잘못된 원칙이다. 한발 앞서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한미 간 불협화음이라고 하면 '운전자론'도 성립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 특보도 "남북관계, 북미관계, 한미관계를 선순환 관계로 보면 남북관계가 잘되면 될수록 북미관계도 좋아지고 한미관계도 좋아지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자, 이제 한반도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추구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김일선 / 글렌데일 통합교육구 한국어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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