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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허리케인과 백악관 공연

[LA중앙일보] 발행 2018/10/20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8/10/19 18:17

별 피해 없이 지나가 줬으면 했다.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수록 피해는 예상보다 적었던 일도 종종 있기에 기대를 걸었다. 미국 남동부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마이클'은 상륙 전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CNN 방송은 정치뉴스를 뒷전으로 미루고 허리케인의 이동 경로를 시시각각으로 알렸다. 메인 앵커들은 현장에서 뉴스를 진행했다. '마이클'의 위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동 중 위력을 키워 최고 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4등급으로 플로리다 반도에 상륙했다. 풍속이 조금만 세져도 최고 등급으로 올라갈 기세였다. 미국 국립허리케인 센터는 '마이클'을 괴물 허리케인이라고 설명하고 당장 대피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피해는 해안도시에 집중됐다. 그림 같던 멕시코비치는 폐허로 변했다. 집이 송두리째 날아가고 간신히 흔적은 남겼다 해도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졌다. 막판까지 폭우를 뿌리면서 피해는 더 커졌다. 플로리다뿐 아니라 노스와 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버지니아, 앨라배마 주 등 6개 주에 피해를 입혔다. 플로리다에서만 최소 16명이 숨졌고 버지니아 5명, 노스캐롤라이나 3명, 조지아 2명 등에서 30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자 수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 날 수도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복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처참한 상흔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주택과 사업체 수백여 채가 피해를 입었고 플로리다에서는 13만 채가 넘는 주택과 사업체에 전기 공급이 끊겨 있는 상태라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약탈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현지 방송은 플로리다 베이카운티 경찰국이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난 이후 매일 10명꼴로 약탈범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약탈범들이 부서진 상점과 집에 침입해 닥치는 대로 물건을 훔쳐 피해 복구를 돕느라 눈코 뜰 새 없는 경관들이 약탈범까지 기승을 부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피해 지역을 시찰했다.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플로리다와 조지아 주 지역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나 고충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의 위력은 엄청났다"며 "내가 여태까지 본 위력을 넘어섰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 복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지역 방문 나흘 전 트럼프 대통령은 유명 래퍼 카니예 웨스트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곳곳이 산사태와 물난리를 겪고 있을 때다. 웨스트는 미 연예계, 특히 흑인 연예인들 중 몇 안 되는 트럼프의 지지자로 부인인 킴 카다시안 역시 트럼프와 만난 적이 있다. 웨스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맹이 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말 많기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도 웨스트가 쉼 없이 발언을 쏟아내는 통에 처음 5분간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음악전문매체 롤링스톤은 둘의 만남을 "역사상 가장 정신나간 백악관 공연이었다."라고 논평했다. 웨스트는 발언 도중 비속어까지 내뱉었다. CNN은 당일 저녁뉴스에서 트럼프가 웨스트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장면과 허리케인으로 폐허가 된 플로리다의 모습을 좌우로 편집해 함께 내보냈다. 이어 왜 대통령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생사를 넘나들며 괴물 허리케인과 싸우고 있을 때 열성 지지자와 함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느냐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출마의사를 묻는 질문에 100%라고 밝혔다.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쓴소리도 마다 않고 듣는 대통령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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