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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매정한 종의 최후

어떤 사람이 나에게 200데나리온을 빚졌다. 한 데나리온이 하루 일당이니까 그 사람은 내게 200일 일당을 빚진 것이다. 계산하기 편리하게 하루 일당을 100달러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내게 2만 달러를 빚진 셈이다.

2만 달러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나에게는 나라 빚이 있다. 내가 갚아야 할 돈은 1만 달란트다. 한 달란트는 6000데나리온이다. 한 데나리온을 100달러라 한다면, 1달란트는 60만 달러이다. 1달란트가 60만 달러라면 1만 달란트는 60억 달러이다. 내가 갚아야 할 돈 60억 달러이다. 하지만, 나는 이 돈을 도저히 갚을 수 없다. 아무리 뼈 빠지게 일한다 하더라도 빚에 대한 이자를 갚기에도 빠듯하다.

어느 날 국가가 나를 불렀다. 당장 빚을 갚지 않으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몰수하겠단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통 사정을 하고서 겨우 빚을 탕감 받았다. 대통령과 국가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감사 드릴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60억 달러를 탕감받은 내가 나에게 2만 달러 빚진 사람의 빚을 받아내기 위해 조직 폭력배를 동원해 그와 그의 가족들을 괴롭힌다면 이런 사정을 지켜본 이웃은 나를 어떻게 대할까?

문제는 나에게 빚진 의식이 약하다는 점이다. 내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고, 그 죄를 어떻게 용서받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나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기를 힘겨워 한다.



이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어 "제발, 너 자신 좀 들여다 봐!"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이런 말을 건네기도 민망하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그렇게 용서받은 죄인이기에 그렇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제 형제에게 제가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예수님의 마음도 착잡했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매정한 종의 비유'를 들려주시면서 베드로 스스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이끌어 주셨다.

자신의 죄를 들여다보는 일은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내 죄를 콕콕 꼬집어내겠는가! 윤리적 범법행위가 아닌 하느님 앞에 선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양심에 관한 일을! 비록 그 누구도 내 죄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에게 죄가 없겠는가. 사람은 자신의 죄를 모르면 그 행위를 반복하거나 계속 그 상태에 머물러 있어 쉼없이 악취를 풍기게 된다.

우리끼리 헐뜯고 단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마태오 복음 18장에 나오는 자신의 동료를 감옥에 가둔 저 몹쓸 종과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는 오히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가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 (로마 13:8 참조) "'이 악한 종아, 네가 청하기에 나는 너에게 빚을 탕감해 주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고 나서 화가 난 주인은 그를 고문 형리에게 넘겨 빚진 것을 다 갚게 하였다." (마태 18:32-33)

park.pio@gmail.com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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