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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미국 시민권의 힘

주변엔 미국에 오래 사는데 의외로 시민권을 안 갖고 있는 합법 체류자도 많다. 이런 분들은 영주권으로 큰 불편함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한국의 재산 문제 때문인지 모르지만 시민권 없이도 잘 살아간다.

시민권이 없어도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시민권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시민권은 미국에 정착을 하고 살아간다면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합법 체류 신분이 안 되는 사람도 많고 합법 체류라도 시민권까지 가기엔 먼 사람도 있다. 이분들에게 하는 얘기가 아니라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하는 얘기다.

요즘처럼 합법 체류자에 대해서도 반기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선 시민권 신청의 대기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지금 신청을 해서 잊어버릴 때쯤 취득해야 한다.

시민권을 신청해 받은 게 90년대 초반이다. 그때 시민권 취득을 위한 시험이 지금만큼 까다롭진 않았다. 물론 기본적인 영어는 해야 했고 미국 정치·역사에 대해 지식이 필요했다. 영어는 보통보다 못하는 수준이라도 가능했고 시민권 시험 예상 문제를 공부하면 가능했다.



시민권을 취득하면 소위 말하는 미국에 대한 충성맹세를 하는 선서식도 거쳐야 한다. 미국의 국내외 적에 대항해 싸우겠다는 맹세인데 다행히 그때 이후로 맹세를 실천에 옮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시민권을 따게 되면 특혜(?)가 주어지는데 그것은 미국 시민으로서 대우받는 것이다. 예전 로마제국 시절엔 로마 시민권이 그토록 가치 있는 거로 여겨졌다고 한다. 오죽하면 성경에 바울이 로마 시민권이 있어서 봉변을 면하는 사건도 기록돼 있다.

그 당시의 로마나 지금의 미국이나 힘으로 따지면 거의 비슷하다. 미국 시민이 된다는 건 일단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와 같은 법적인 보호를 받고 권리를 행사하는 걸 의미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나라에서 나도 그 나라의 일원이라고 느낀다는 게 안정된 삶을 사는데 전제 조건이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요즘 추방과 체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지만 시민권자는 적어도 여기에서 자유롭다. 물론 태어난 시민권자와 달리 시민권을 박탈당하는 사례도 가끔 있지만 그런 건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시민권 신청 시 거짓말을 했다든지 아니면 미국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해놓고 반역을 하는 경우 등등. 또한 웰페어나 정부 혜택을 제약 없이 보복 없이 받을 수 있는 게 시민권자다.

투표권만큼 시민권자가 갖는 특혜를 꼽기도 어렵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걸 내가 행사할 수 있다는 거고 정치인들이 눈치를 보는 건 한 표를 갖고 있는 시민권자다.

대신 권리만큼 의무도 따라간다. 대표적인 게 배심원의 의무다. 미국의 사법제도는 민형사 분쟁이 흔히 배심원의 손에서 결정 난다. 커뮤니티를 이루는 보통의 시민들의 법 감정에 따른 결정이 최고의 결정이라는 철학에 근거한다.

시민권자는 마치 전쟁 시 국가를 위해 나가듯 배심원 통지서를 받으면 출석해 시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현실은 배심원통지서 받으면 빠져나갈 이유를 찾기 바쁘다. 나도 2000년대 초반 변호사가 된 직후 배심원에 불려 나간 적이 있다. 배심원은 이런 거창한 의무를 떠나 미국 생활을 익혀보는 데도 아주 좋은 경험을 준다.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시민권을 갖고 유권자 등록을 한 한인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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