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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세이] 미중 무역전쟁 중간 성적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시작된 지도 몇 달이 지났다. 무역 전쟁의 목표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이다. 무역 적자는 미국이 외국으로 수출하는 양보다 수입하는 양이 많을 때 생긴다. 무역 전쟁이 이미 진행형인 지금 미국의 무역 적자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와 달리 실제 미국의 지난 8월의 무역 적자는 532억 달러로 지난 6개월간 가장 높았고, 6월 이후 3개월간 계속 상승 추세에 있다. 특히 이번 무역 전쟁의 주 타겟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4.7%나 오른 386억 달러를 기록한 사실은 더 놀라운 일이다.

예상 밖의 무역 적자 증가 현상은 세 가지 이유로 설명되고 있다. 첫 번째는 중국 통화인 위안화 가치의 하락이다. 미국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10% 가까이 하락하였는데, 이렇게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산 상품의 가격이 미국 달러로 환산되었을 때 그만큼 내려가게 된다. 그래서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가 오르고 있어도, 위안화 가치 하락이 가져온 상쇄 효과 때문에 실제 그렇게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중국의 보복 관세와 비무역 장벽을 사용한 미국산 제품의 수입 거부가 미국의 수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농산물의 주 시장인 중국이 바로 수입관세를 올리면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이 줄었다는 사실은 미국 콩의 중국으로의 수출이 10억 달러 가까이 줄어든 통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세 번째 이유는 관세 인상 조치가 시행되기 전 미리 수입을 더 많이 해두는 소위 사재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관세 인상이 대통령의 선전포고 이후 몇 달이 지난 후 시행되었기 때문에, 수입업자들은 자금의 여유가 있는 대로 미리미리 더 수입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단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세 인상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없거나 미미해서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고 있고, 그래서 미국 경기는 계속 소비 중심의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별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세 인상 효과의 미미함은 앞으로 미국 소비 전망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효과는 통화의 변동에 따르기에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지는 모른다고 하자. 그러나 미리 사재기한 물건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다 판매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관세를 지불하고 들여와야 한다. 그때 갑자기 가격 인상의 영향을 느낄 것이다. 그러면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 인상이 수요를 줄이면서 결국 소비가 감소하게 될 가능성이 올라간다.

기업들 측면에서 보면 미리 사둔 재고는 두 배의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지난 기간 미리 재고를 사두던 시절에는 기업 재고 증가만큼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 그런데 앞으로 몇 달간은 재고를 더 사지 않고, 가지고 있는 재고만 팔게 되면 재고 증가가 없어져 경제 성장이 그만큼 더디게 된다. 미리 당겨 쓴 꼴이다.

거기에 중국의 보복 관세가 더 확대되면 미국의 수출도 더 줄어들어 국내 소비와 함께 전반적인 경기 위축의 가능성이 올라간다.

이렇듯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은 소비 감소, 기업 재고 증가 중단, 수출 감소의 세 가지 부문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는데, 지금까지는 미리 사재기를 해서 막아둔 기업들 때문에 그 결과가 연기되고 있고, 점차 확대될 보복 관세와 함께 나중에 더 큰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최운화 / 유니티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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