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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북한의 결자해지가 먼저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 학술세미나에서 "현재 대한민국은 공중 납치된 항공기와 같다"며 "기장이 납치범으로 바뀔 때 승무원들은 선한 웃음과 안심시키는 목소리로 승객들을 평안하게 해줘서 비행기가 납치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일부 우려를 표하는 승객들은 고조된 분위기에 눌려 숨죽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승객들이 비행기가 가는 방향에 의문을 품고 의아해하기 시작하면 여전히 승무원들은 웃음을 띠고, 비행기가 가는 곳은 형제자매들이 있는 곳이며 자유나 먹을 것은 충분히 없지만 든든한 로켓과 평등이 있는 곳이라고 승객들을 안심시킨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납치범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을 나름대로 진단하고 표현한 것임에 틀림없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초반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전쟁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북정책으로 분위기가 급반전하며 한 차례 북미정상회담과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한 것처럼 드라마틱하게 증폭시켰다.

남과 북이 전쟁하지 않고, 자유롭게 오가며, 경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라고 말하지만 문제는 평화의 실체다.



남북이 풀어야 할 숙제를 감추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맺는다고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이러한 것들은 언제든 파기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흡수 통일이나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한 근본 취지는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의 합의에 의한 선언이 먼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거나 '흡수 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진정한 평화는 상대적인 것인데, 북한은 변한 것이 없고, 문재인 정부가 평화를 외친다고 평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저지른 동족상잔의 6·25 남침부터 수많은 도발이 우리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는데 결자해지도 없이 평화를 말할 수 있는가.

결자해지로 역사의 흐름을 바꾼 지도자가 있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이다. 브란트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침공 사과로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폴란드를 방문했다. 그는 바르샤바 시내의 유대인 게토 지구 추모비를 찾았다. 나치에 항거하다 희생된 유대인을 기리는 기념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은 그의 모습은 세계를 감동시켰다.

진정한 사죄와 반성으로 불행한 역사를 청산한 지도자의 결단에 세계가 박수를 보냈다. 이를 계기로 독일은 전범국의 멍에를 벗고, 유럽의 정상국가로 거듭났다.

북한의 도발이 멈추었다며 한반도의 평화가 찾아왔다고 세계를 다니며 북한 제재를 풀어달라고 애걸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보며 비애를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변한 것이 없는데 단지 무력시위를 멈추었다고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고 말하는 것은 '공중 납치된 항공기'와 다름이 없다.

정상들끼리 껴안고 웃는다고 평화가 보장된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그렇게 낭만적일 수 없다. 북한의 결자해지가 먼저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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