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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출생 시민권'도 손보겠다는 트럼프

[LA중앙일보] 발행 2018/10/3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10/30 18:49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 시민권 폐지를 언급했다.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자가 되는, 그 유명한 속지주의를 폐지하는 절차에 들어간다는 발언을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했다. 인터뷰 내용은 화요일에 일부 알려졌고 전체는 다음 달 3일 HBO에서 방영되니 중간선거용이란 해석이 나올 만하다.

소수의견이 있지만 속지주의는 헌법을 고쳐야 가능하다. 헌법 수정 사항은 대통령이어서 더더욱 조심하고 또 조심할 것 같은데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에야말로 불가능이 없는 듯하다.

혹은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올리는, 시대의 어떤 흐름이 모르긴 몰라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 대통령이야 기존 정치인이 애지중지하던 확장성 같은 것에는 눈길도 준 적이 없다. 오로지 당파성의 선명함을 닦고 또 닦을 뿐이었다. 민감하거나 조심스럽다고 여겨지던 사안을 툭, 혹은 훅 말해버린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머리나 가슴에 담아두었던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이런 패턴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진다. 말도 여러 번 하다 보면 행동이 되고 이 또한 퍼진다.

22일부터 26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대척점에 있던 이들에게 폭발물 소포가 배달됐다. 27일에는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1명이 사망했다.

생각은 말을 잉태하고 말은 행동을 잉태한다. 행동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앞에 말이 있고 말의 시작에는 생각이 있다. 생각은 이미 말을 낳았다. 소포 배달과 총기 난사는 말이 행동을 낳는 무서운 순간이 아닐까. 폭발물 소포를 부친 용의자는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도 말했듯 "당파적인 인물로 보인다." AP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다. 용의자는 소셜미디어에서 "조지 소로스를 죽여라" "사회주의자를 모조리 죽여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포를 보냈다. 총기 난사범도 소셜미디어에 "유대인은 사탄의 자식들"이라는 생각을 남겼다. 현장에서는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고 외쳤다고 한다. 회당에서는 11명이 죽었다.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캐러밴으로 불리는 과테말라·엘살바도르·온두라스 국민의 미국행 행렬을 막겠다며 남부 국경에 군병력 5200명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행동은 "침략"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30일 자동 시민권 폐지 발언이 나왔다.

출생 시민권은 헌법 조항이어서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바꿀 수 없다는 다수설이나 헌법 수정은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은 얼마나 힘이 있을까. 어떤 것을 생각해 버렸다는 것, 어떤 생각을 말해버렸다는 것이 더 힘이 센 것은 아닐까. 헌법 수정이 옳으냐 아니냐, 가능하냐 아니냐도 중요하지만 헌법 수정을 생각하고 말하고 이것이 퍼지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행동을 잉태할 수 있고 또 소포나 회당 총격처럼 예상치 못한 다른 행동으로 번질 수 있다.

서류미비자의 자녀에게 자동 시민권 부여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전에도 있었지만 극소수였다. 수정헌법 제14조 제1절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자, 미국의 사법권에 속하게 된 사람 모두가 미국 시민이며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다"는 남북전쟁 뒤 노예 출신 흑인과 후손에게 시민 지위 부여가 목표였다는 것이다.

극소수의 주장은 어떻게 대통령의 생각이 되었을까.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어떤 사람이 입국해서 아기를 낳으면 그 아이는 본질적으로 미국의 모든 혜택을 누리는 시민이 되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다. 이는 말도 안 된다. 이제 끝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미국의 모든 혜택을 누리는"이다. 이익. 대통령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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