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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제이슨 박, 그는 왜 검사복을 벗었나

허겸 기자
허겸 기자

[애틀랜타 중앙일보] 발행 2018/11/02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8/11/01 16:21

“루머 대응 안 한 게 패착,
재도전 뜻 접은 것 아냐”

제이슨 박 변호사가 정든 검찰을 떠나는 과정에서 불거진 루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이슨 박 변호사가 정든 검찰을 떠나는 과정에서 불거진 루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검사직 사임 배경 첫 심경 토로

“처음에는 대꾸할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봤어요. 루머에 적극 대응하지 않은 게 패착이었다고 느낀 것은 아쉽게도 전세가 기울어 골든타임을 놓친 시점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귀넷 카운티 강력부 검사 출신의 제이슨 박 변호사는 “정치 초년생으로서 경험이 미숙했기 때문”이라며 검사직 사임을 둘러싼 배경에 대해 처음으로 심경을 토로했다.

그의 변호사 개업식이 열린 지난달 30일 저녁 귀넷 플레전트힐 로드와 I-85 고속도로가 만나는 교차로 인근 목 좋은 곳에 자리한 법률 사무실에는 전·현직 동료 검사들이 쉴 새 없이 다녀갔다.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누던 대화의 화두는 박 변호사의 판사직 도전이었다. 이 가운데 그가 검사복을 벗게 된 배경을 둘러싼 사뭇 진지한 대화도 오갔다. 박 변호사의 한 지인이 ‘대배심’(Grand jury) 사진 얘기를 꺼내자 이내 관심이 집중됐다.

이들에게 경선 예비선거를 불과 나흘 앞둔 5월 18일은 잊지 못할 하루로 기억된다. 지역 일간지 귀넷 데일리 포스트와 CBS 방송 등 미 주류언론들이 제이슨 박이 부정에 연루돼 귀넷 카운티 검사복을 벗는다고 앞다퉈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 시점은 제이슨 박 검사가 2004년 이정헌 변호사의 주법원(State court) 판사직 도전 이후 귀넷 최초의 한인 고위 선출직인 수피리어법원(Superior court·1심 상급법원) 판사 후보로서 표심을 긁어모을 무렵이었다. 그가 비위 검사라는 의혹을 받으며 검찰청을 떠난다는 보도는 한인 고위직 판사 배출을 위해 결속력을 다지던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선거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혹여 선거에 악영향이라도 미칠까 한인들끼리는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정작 박 검사는 침묵을 지켰고, 그러는 사이 루머는 확대, 재생산됐다.

그가 선거법상 검사직을 사임할 이유는 없었다. 조지아주는 공직자가 직위를 유지하며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소수인종 탄압 논란에다 공정성 시비까지 겹쳐 연일 논란이 되는 브라이언 켐프 현직 주 내무장관조차 공화당 주지사 후보로 나서며 선거사무를 직접 관장할 정도다.

이날 지인들이 주고받은 얘기를 놓고 박 변호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가 심사숙고한 까닭에 기자는 3시간 동안 사무실을 들락날락하며 기회를 엿봐야 했다. 많은 이들이 돌아간 밤 10시 무렵 한산해진 사무실에서 비로소 박 변호사와 마주 앉을 수 있었다.

“맞습니다. 대배심 건이 발목 아닌 발목을 잡았다고 봐야겠죠.”

박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검사직을 사임하고 선출직 판사 도전에 실패한 뒤 처음으로 심경을 밝힌 것이다.

그는 “대배심 ‘법정’(Court room)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선거 유세용 자료로 사용했는데 경선에서 맞선 경쟁 후보 측에서 문제 삼았다”며 지인들의 의견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당시 신문 보도에선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귀넷 데일리 5월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제이슨과 맞선 경선 상대인 존 버제스 후보가 ‘권한 남용 의혹’(allegation of abuse of power)이라고만 이유를 댔다.

상대 후보 측에서 문제 삼은 의혹이란 사실상 대배심 법정을 배경으로 한 일종의 ‘인증샷’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그 사진은 귀넷 카운티 검사장(또는 ‘검찰총장’으로 지칭)의 승인을 얻어 촬영했기 때문에 애초에 문제 될 소지가 없었다”고 했다.

본지가 법률가에게 문의한 결과, 카운티급 법정에서는 법원행정처 또는 재판부의 직권, 검찰청의 요청에 따른 법원의 승인 시에는 사진 촬영이 허가된다.

현직 검사인 제이슨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로서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 대응하지 않은 게 선거 판세를 꼬이게 한 듯 하다. 적어도 유권자들에겐 ‘무언가 잘못이 있어 검찰을 떠난’ 사람으로 각인될 가능성이 작지 않았다.

“처음에는 상대 진영이 말도 안 되는 일방적인 주장을 편다고 여겨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조그마한 동네에서 짧은 시간에 낭설이 꼬리를 물며 돌고 돌자 타격이 없을 수 없었다고 봐요.” 마약조직과 갱단을 소탕하던 강직한 ‘강골 검사’에서 한순간에 마치 ‘비위 검사’처럼 오해받게 됐지만 미처 손쓸 겨를이 없었다. 보도 나흘 만에 선거가 치러졌다.

공교롭게도 보도가 나오기 직전에 박 변호사는 검찰청에 사의를 표했다. 판사직에 사활을 걸겠다며 일종의 ‘배수의 진’을 치겠다는 각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귀넷 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상대 진영은 “검찰이 ‘비위 의혹’에 대해 내부 조사에 들어가 박 검사가 사표를 냈다”며 경선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공직자가 상사인 기관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사실은 외부에서는 알기 힘들다. 사직서를 낸 것도 아니고, ‘그만두겠다’는 의사(사의)를 밝힌 단계였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정보가 외부로 흘렀을 개연성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 경선에는 백인인 또 다른 동료 검사도 후보로 뛰어들었다. 내부정보가 흐른 것인지, 누가 그렇게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박 변호사 부부가 배웅했다. 헤어지기 전에 ‘재도전’ 의사를 물었다. “지금 의견을 밝히는 건 부담이…” 박 변호사의 아내가 다소 망설이며 거들었다. 박 변호사에게 거듭 질문했다. 그는 “교포사회를 섬길 자리가 있으면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다. 그런 기회를 접은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귀넷 판사직을 비롯해 선출직에 재도전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이해해도 되는지 다시 물었다. 호쾌한 웃음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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