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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국은 자녀 키우기 좋은 나라일까

최근 짧은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했다. 양가 부모님이 모두 한국에 계시는 관계로, 아직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핏덩이 아기는 데이케어에 맡기게 됐다.

흔히 한국 엄마들 사이에선 미국이 한국보다 선진국이며 복지가 잘 되어있어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혀 보니 미국이란 나라는 적어도 출산을 장려하는 국가는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정부에서 육아휴직에 대한 장려를 전혀 하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몇 개의 주에서는 육아휴직을 최대 3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를 낳고 3개월 후 돌아왔을 때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1년, 공무원은 2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는 한국과 비교해 보면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미국에서는 3개월도 감사한 일이다.



스타벅스 등 대기업도 직원 복지를 위해 육아휴직 제도를 마련했다는게 고작 3개월이다. 그렇다 보니 출산 막바지까지 일을 해야 하며, 아이를 낳은 후에도 서둘러 복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 주에서는 이렇게 짧은 육아휴직조차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출산 후 한 달 만에 복직을 하거나 결국 일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맡겨야 할 어린이집을 찾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또 만만치 않다.

한국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장·단점이 있지만 무상보육이라는 타이틀 아래 무료로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고,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 역시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사교육비가 많이 든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선택사항일 뿐,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는 모든 가정에서 육아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으니 최소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돈이 없어 못 낳는다' 라는 말은 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에선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를 돌봐줄 곳에 맡겨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는데, LA한인타운 기준으로 그 가격은 평균 월 1100~1500달러이다. 생후 12개월이 지나면 100~200달러 가량 비용이 줄어들지만 피차 일반이다.

만일 데이케어에 맡기지 않고 집으로 '내니'를 부를 경우 가격은 최소 월 2800달러. 여기에 팁까지 더해지면 비용은 훨씬 더 불어날 것이다.

저녁 늦게까지 아이를 봐주는 곳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대부분의 어린이집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만일 아이 픽업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어질 경우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고 계약서에 명시해 놓은 곳도 있다. 결국 맞벌이 부부는 번갈아가며 회사 눈치 봐 가며 번개처럼 아이를 데리러 가야만 한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과열된 사교육 시장, 그 속에 갇혀 창의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환경 등을 놓고 보면 미국의 열린 교육은 분명 큰 장점이다. 하지만 요즘 미국에서도 한인 엄마들 사이에서는 애프터 스쿨, 즉 사교육 열풍이 거센데다 그 비용이 한 아이당 월 평균 1500~2000달러 수준이니 한국의 사교육을 탓하기만 할 문제도 아니다.

미국은 자녀 키우기 좋은 나라일까? 만일 큰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홍희정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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