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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출생 시민권' 폐기 마땅하다

후보 시절부터 원정출산 문제 등을 거론하며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0일 외국인의 미국 내 출생자 자동 시민권 부여제도를 반드시 없애겠다고 발표하여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속지주의(territorial principle)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1868년 개정된 수정헌법 14조에 명시되어 있는데, 그것은 그 당시 미국 사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산물이다. 즉, 그 때 미국은 넓은 땅에 더 많은 이민자 유입이 필요했었고, 특히 남북전쟁 후 해방된 흑인노예들에게 미국 시민권을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제정된 법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미국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유럽에서의 이민 유입은 없고, 아프리카 노예 출신 비시민권자도 없다. 이 법 제정의 필요성이나 존재의미가 이제는 없어진 것이다. 오히려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원정출산 문제는 그 중 하나이다. 서류미비자로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에게 영주권은 그야말로 '꿈에도 소원'이다.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서 그들은 돈과 시긴과 노력을 많이 소비 한다.

나는 처음 유학으로 미국에 왔다. 공부를 마치면 한국에 돌아가 모교에서 교수로 후진들을 가르치기로 총장의 약속을 받고 왔었지만, 사정이 바뀌어 미국에 영주하기로 결정했다. 그 당시의 제 3순위(전문직)로 변호사를 통해 미국 영주를 위한 작업을 시작했었다. 수많은 서류 준비, 경찰서에 가서 지문찍기, 이민국에도 출두, 판사와 인터뷰, 시민권 시험, 등 모든 필요한 절차들을 밟아갔다. 전체적으로 약 8년의 시간과 노력의 과정을 거쳐서 미국 시민권 증서를 받았다.



한데 이런 모든 노력, 금전, 시간,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도 미국 시민이 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미국에 여행 와서 출산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아이에게는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이 주어지고, 고국으로 돌아갈 때는 국무부 발행 '미국 여권'을 손에 쥐고 비행기를 탈 수 있다. 그리고 자기 나라에서 살다가 나중에 미국에 들어와서 '미국 시민'이라며 각종 혜택을 누리며 산다.

출생 시민권 제도는 이민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공평성의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출생 시민권 제도는 우리나라 시민들에게 매우 불공평한(very unfair to our citizens)"제도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미국이 유일한 출생 시민권 제도의 나라는 아니다. 과거 유럽인들이 건너와 세운 대부분의 남, 북미 대륙 국가들은 여전히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는 땅은 넓고 여전히 인구 증가가 필요하다.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원정출산같은 문제는 없다. 미국에는 지금 매년 약 30만 -40만 명의 원정출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출생 시민권 제도가 폐기되면 불체자 가정 출생 자녀의 무국적 문제가 대두될 수 있으나, 그것은 오스트레일리아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호주에서는 불체자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호주에서 교육받고 자라면 어떤 적정 나이가 되었을 때 시민권을 준다.

멕시코, 중국, 필리핀, 한국 등의 여러 나라에서 미국에 와 아이를 낳기만 하면, 미국에 아무런 의무나 노력, 공헌 같은 것 없이, 미국 시민이 되어 권리와 온갖 혜택을 누리게 되는 현재의 이런, 트럼프의 표현으로 하면, '터무니 없는(ridiculous)' 제도는 속히 개정되거나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


김택규 / 국제타임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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