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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갈만한 이유가 있어서 간다

오수연 / 사회부 차장·문화담당
오수연 / 사회부 차장·문화담당 

[LA중앙일보] 발행 2018/11/05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8/11/03 14:57

날이 쌀쌀해지니 갑작스레 연말이 훌쩍 다가온 듯하다.

찬찬히 한해를 돌아보니 올해는 그랜드캐년과 자이언캐년, 트로나 피나클, 모하비 사막과 데스밸리 등 미국의 대자연을 경험 수 있는 여행지들을 많이 찾았다. 대부분이 서부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들이다 보니 안가 본 이들보다 가본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랜드캐년은 한해 600만 명이 찾는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고 자이언캐년 역시 59개의 미국 국립공원 중 세 번째로 방문객 수가 많은 곳이다. 한인들 역시 그 대열에서 빠졌을 리는 없다. 하지만 가본 이들에게는 다시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그랜드캐년의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 걸어봤는지' '자이언 캐년의 자이언 내로우즈 물에 발은 담가 봤는지' '데스밸리의 배드워터 베이신을 소금벌판까지 걸어가 봤는지'. 그저 멋진 뷰포인트에서 '와~'하는 탄성을 지르다가 인증샷 한 장 찍고 돌아서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그 어마어마한 대자연을 제대로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왔는지다.

물론 여행도 각기 스타일이 있는데 '웬 참견'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좋은 것은 함께 나누고 싶은 오지랖 정도로 생각해주면 어떨까 싶다. 수 시간을 차를 몰고 달려가 짧게 만나고 돌아서기에는 그 자연이 가진 게,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다.

자이언캐년은 서부 관광코스 중 그랜드캐년, 브라이스캐년과 함께 3대 협곡으로 꼽히는 곳이다. 국립공원국 통계에 따르면 자이언캐년은 한 해 방문객 수가 450만 명에 달한다. LA에서도 한번 가려면 430마일 7~8시간을 열심히 차를 내달려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자이언캐년'에 가봤느냐고 물으면 10에 8~9명은 가봤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자이언 내로우즈'에 가봤느냐고 물으면 10에 9명이 가보지 못했다고 답한다. 어떤 이는 내로우즈가 자이언캐년에 있냐며 되묻기도 한다.

'내로우즈'는 자이언캐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다.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자이언캐년을 찾은 미국인 관광객의 상당수가 내로우즈를 경험한다. 강을 따라 첨벙거리며 걷는 물길 하이킹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초 다녀온 데스밸리에서 처음 차를 멈춘 곳은 '배드워터 베이신'이었다. 소금 벌판이 있고 그곳까지 소금길이 이어져 있다. 베이신을 찾는 상당수는 그 길을 걸어간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이곳을 다녀온 한인들의 사진을 보면 베이신 입구에서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함께 갔던 지인 역시 데스밸리를 6~7차례 찾았지만 벌판까지 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여행 가서 남는 건 사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찍어온 사진들을 과거 사진첩처럼 소중하게 간직하지도 또 자주 꺼내보지도 않는다. 언제나 소환되는 쪽은 머릿속에 있는 그때의 기억이다. 내로우즈에 처음 발을 담갔을 때의 그 차가운 느낌부터 데스밸리의 삭막한 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배드워터 베이신의 소금길에서의 생각들. 아직도 기억 속에서 생생하다.

사람들이 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 데스밸리 여행계획이 있다면 꼭 소금벌판까지 걸어가보길….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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