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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LA를 찾는 문인들

김완신/편집국 부국장

한국과 미주문단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본국 문인들이 LA를 자주 방문하고 있다. LA를 찾은 문인들 중에는 본국에서도 유명한 역량있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이름 마저 생소한 문인들도 있다.

본국 문인들의 방문은 미주문단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그들이 직접 전하는 문학세계와 창작과정은 미주 문인들에게 많은 격려가 된다. 전업 작가가 부재한 미주에서 그들이 이뤄 놓은 문학적 업적은 부러움의 대상이면서 글쓰기의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반면 본국 문인들 중에는 작품으로만 만나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종종 있다. 작품을 통해 상상했던 작가와 실제의 모습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오래전 본국에서 지명도가 높은 소설가가 LA를 방문했을 때였다. 모처럼 한국에서 온 대가의 강연회가 이곳 문인들의 정성으로 마련됐고 많은 한인 작가들이 모임에 참석했었다. 그러나 그가 전한 말은 문학강연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미국에 왔으면 돈 많이 벌면 되지 왜 힘들게 글을 쓰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농담식으로 한 얘기지만 그의 강연을 들으면서 미주문학을 '창작'이 아닌 '습작' 정도로 비하하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또다른 문인은 미주를 방문해 몇몇 한인들과 같이한 저녁식사에서 한 참석자의 진지한 질문에 "이런 자리에서 문학은 거론하지 말고 재미있는 얘기나 하자"며 말문을 막았던 경우도 있었다. 어렵게 방문한 중견작가에게서 무언가를 기대했던 그날의 참석자들은 그다지 유쾌한 기분을 갖지 못했다.

이외에도 미국에 잠시 거주했던 어느 소설가는 올림픽가를 우범지대로 묘사하면서 해가 지면 상가가 철시할 정도로 무서운 곳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LA를 찾은 본국 문인들이 모두 실망만 준 것은 아니다. 미주의 문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작가들도 있었다.

지난 달에 한국에서 소설가 이청준씨가 타계했다. 그는 한국문단에서 가장 지적인 작가로 인정 받으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인기를 지닌 소설가이다.

평론가 김현씨는 소설가 이청준을 '독자의 기호에 영합하지 않는 순교자적 작가'로 평가하고 있다. 독자의 기호에 영합해야만 얻어지는 '인기'와 순교자적 작가가 갖추어야 할 '지성'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지만 그의 작품에는 두가지가 조화돼 있다.

이청준씨가 그의 원작 영화 '축제'가 UCLA의 초청을 받게 돼 LA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90년대 말쯤으로 기억된다.

취재 요청에 그는 일정이 너무 바빠 UCLA 교정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만났을 때 그는 여행의 피로와 바쁜 일정에도 2시간 넘게 성의있게 인터뷰에 응했다.

가을 저녁 캠퍼스에서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정확히 말하면 대화를 나누었다기 보다는 한 작가의 삶과 문학을 경청하는 자리였다.

이제 그는 이 세상을 떠났고 그날의 대화 내용은 대부분 기억에서 멀다. 그렇지만 지금도 생생히 남아 있는 것은 미주문인들에 대한 그의 따뜻한 마음이다. 그는 모국어를 떠나온 어려운 환경에서 문학을 하는 미주 작가들에게 사랑과 격려를 보낸다고 거듭 말했었다.

미주문인들에게 전했던 애정어린 격려는 그의 타계를 더욱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게 한다. '사람다운 냄새와 따뜻한 눈길'을 글에 담겠다는 작가의 마음이 그가 오래전 잠시 머물다 간 이곳에도 남아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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