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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트럼프의 원맨쇼와 의회의 정치력

[LA중앙일보] 발행 2018/11/07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11/06 19:07

이 글을 쓰는 것은 오늘 기준으로 어제인 11월 6일이다. 중간선거 투표일이다. 그러니 오늘 자 신문의 앞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투표 결과는 당연히 모른다. 오늘 나온 답을 맞혀보는 기분으로 어제 나온 4지 선다형 투표 결과 문제를 보면 ①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예상했던 대로 하원은 민주당이,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했거나 ②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여성과 스타들의 권유에 호응한 젊은층이 쏟아져나와 투표한 결과 민주당이 대승을 거두고 상하원 양원을 장악했거나 ③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지난 대통령 선거의 충격적인 결과가 재현됐거나 ④알 수 없다 넷 중의 하나이지 싶다.

이제 오늘부터 한동안은 중간 선거 결과가 정국과 경제, 국제 관계에 미칠 영향을 다룬 기사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주가와 중산층 추가 감세, 출산 시민권 폐지 시도를 포함한 이민 정책, 북미 관계, 미중 무역전쟁, 이란 핵 재협상 등이 모두 새로운 전망으로 조명될 것이다.

어제와 오늘, 하루 차이로 세상은, 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얼마나 바뀔지 궁금하다. 아니면 며칠 동안 일었던 소란과 근심, 희망도 다시 일상의 풍파 중 하나가 될지 모른다.

이 와중에 낯선 것은 의회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시대에 의회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약해지긴 했지만 중간 선거에서도 대통령이 무대의 중앙을 차지하다니. 대선에서 트럼프가 공화당과 무관하게 선거를 이끌어 승리했다 해도 그건 대통령 선거니 그럴 수 있다. 중간 선거에서 대통령은 지원 수준이 아니라 주인공이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 현재 상황을 트럼프 대 반 트럼프로 봐도 좋고 트럼프 대 비 트럼프로 봐도 좋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의회와 당의 역할이나 존재감이 위축된 것은 분명하다. 이것을 트럼프의 막무가내 정치나 독선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다르게 표현하면 의회와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미국은 대통령제이지만 대통령보다 의회의 힘이 더 세다. 한데 지난 대선 유세 때부터 지금까지 의회는 트럼프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의회는 주로 트럼프 대통령 탓을 했지만 정당과 의회가 합법적으로 가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중간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다고 이것이 바뀔까.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동원해 반이민 정책을 밀고 나가고 국제 관계의 틀을 바꿀 때 의회가 어떤 정치력을 펼쳤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민주당은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주장했으나 트럼프의 한반도 해빙 정책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니까 반대하는 태도였다.

누군가를 탓하기는 쉽지만 정치력을 발휘해 어떤 상황을 주도하기는 어렵다. 현직 대통령이 중간 선거의 주인공이 된 것도, 전직 대통령이 전례를 깨고 중간 선거의 전면에 나서 지원 유세를 한 것도 의회가 위축된 현재 상황을 압축해 보여주는 단면이다.

중간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부터 대통령 선거 국면이 서서히 시작될 것이다. 지난 대선을 돌이켜 보면 역대 어느 때보다 대선이 일찍 시작됐다. 힐러리 클린턴의 '빅 텐트' 전략이었다. 2020년 대선도 그 못지않게 일찍 시동이 걸릴 것이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의 중앙 무대에 서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2020년 대선은 2018년 중간 선거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런 만큼 의회가 제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통령이 누구든 견제와 균형, 정치의 안정을 찾으려면 의회는 정치력을 되찾아야 한다. 이게 중간 선거 승패보다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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