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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비싸도 잘 팔리는 이유

이종호/편집위원

지난 주말 조용필 공연을 봤다. 이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5만 관중을 열광시킨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의 미국판이었다.

7000석 규모 노키아극장의 입장료는 가장 비싼 것이 250달러였고 싼 것도 50달러 80달러나 되었다. 그런데도 극장은 1층 가장자리만 빼고는 거의 다 채워졌다.

이민 생활에서 문화오락비로 수백 달러를 선뜻 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중년의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수천 명씩이나 몰려든 까닭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세상에는 비싸지만 잘 팔리는 것들이 있다. 경제학자들은 그 이유를 희소성과 대안부재 그리고 우월적 보상 심리로 설명한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펜트하우스는 천만 달러가 넘어도 매물이 없다. 더 이상 새로 지을 공간도 없다. 당연히 비쌀 수 밖에 없다.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도 턱없이 비싸다. 이미 입장한 이상 바깥으로 나갈 수 없고 달리 사 먹을 것도 없다. 팝콘을 즐길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비싼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사 먹는다.

명품이 비싼 것은 또 좀 다르다. 거기엔 인간의 본능적 과시욕과 아무나 갖지 못하는 것을 소유한다는 우월적 보상 심리가 스며 있다.

이번 공연도 이런 틀로 얼추 설명이 된다. 미국서 조용필을 만나기가 쉬운가. 희소성으로 치자면 그만한 게 없다. 더구나 이번 공연을 위해 그는 20여년 만에 LA를 찾았다지 않는가.

이민 20년이 되고 30년이 되어도 여전히 한국의 정서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맘 편하게 즐길 만한 무대도 미국에선 흔치 않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한국 연예인들도 해외공연이랍시고 간판만 내 걸면 웬만큼 관객이 몰리는 것도 이런 대안부재에 기인한다.

그것 만이라면 뭔가 아쉽다. 조용필은 가수로서 그 자체가 이미 명품이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는 한국사람들에게 40년 동안 생활이었고 위안이었고 추억에 이르게 하는 징검다리였다. 지금도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그의 티켓이 비싸도 팔리는 까닭인 것이다.

그런데 공연을 보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하나 발견했다. 관객들의 몰입 정도가 무대와의 거리에 반비례하더라는 사실이다.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몇 배나 더 비싼 표를 산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만큼 더 즐겨야 했고 더 열심히 소리쳐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근엄했다. 박수에 인색했고 환호에 야박했다. 뒤쪽은 그렇지 않았다. 함께 손뼉치고 함께 노래 부르고 그 시간을 만끽했다. 무대 가까이서 공연을 즐겼어야 할 사람들은 정녕 그들이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국에서의 그것에는 많이 못 미쳤다는 후문이다. 앵콜 무대도 한 번 뿐이었다. 워낙 이런 공연은 그렇지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박수와 환호가 모자라 준비된 앵콜 보따리 조차 다 풀지 않았다는 얘기일까.

정말 그랬다면 우리가 너무 억울하고 불쌍하다. 미국 사람 틈바구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느라 박수 치며 즐기는 것 한 번 제대로 배워 보지 못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지위와 체면 때문에 나이와 인습 때문에?

누리는 것도 신이 주신 능력이다. 누리는 인생에서 감사가 나오고 누리는 인생에서 찬송이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우린 왜 매사에 쭈뼛되기만 하는가. 왜 밤낮 뛰어가려고만 하는가.

공연 하나를 보고도 생각이 많다. 하긴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데는 이런 잡념들이 더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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