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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절친' 세월과 동행

수지 강 / 라구나 우즈
수지 강 / 라구나 우즈 

[LA중앙일보] 발행 2018/11/10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8/11/09 18:31

오늘도 눈부시고 맑고 깨끗한 아침 햇살이 잠든 눈을 뜨게 한다. 나이가 들다 보니 새 아침을 맞는다는 것은 아주 큰 축복 중의 축복이다.

2018년 달력을 엊그제 단 것 같은데 이제 두 장밖에 남지 않았다. 달력을 한 장씩 뗄 때마다 나이와 세월이 내 신경을 건드린다.

이것저것 가릴 것 없는 나이 80세가 지나고, 살만큼 산 90세가 코앞에 다가와 턱 마주치며 쳐다보고 있지만, 그래도 삶의 미련은 남아 있나보다.

똑딱거리며 달아나는 시간을 무엇으로 멈추고, 쏜살같이 흐르는 강물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멈추게도, 막지도 못하는 인간이 연약한 존재임을 세월이 말해주는 것 같다.

학창시절 싱싱했던 세월을 생각하면서 결혼이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살아온 세월이 62년의 결혼 생활이다. 1970년 올망졸망한 어린 것들을 데리고 이민이라고 남의 나라에서 사는 것이 어떤지도 모르고 산 세월이 50년이 되어 간다.

이제야 겨우 알 것 같은 세월인가 보다 했더니 증손주들이 눈 앞에서 재롱을 부린다.

세월을 보내며 나이가 드니 몸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나가기도 싫다. 옷을 갈아입는 것도 귀찮고, 먹고 싶은 것도 없다. 과일이라도 먹을까 했는데 깎기가 귀찮아 안 먹고 말지 한다.

앉으면 일어나기 힘들고,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노래한다. 건망증인지 무엇을 찾다가 없으면 애꿎은 영감보고 "저기 있던 것 치웠느냐?"고 물으면 "난 모른다"고 딱 잡아뗀다. 끼니때가 되면 서로 마주보고 "점심에 뭐 먹었지?" "저녁엔 뭘 먹지?" 한다. 내 대답은 "나도 몰라요", 세월이 나를 녹슬게 만들었나보다.

그래도 우리는 흘러가는 세월을 아껴쓰며 열심히 움직이고, 하나님이 주신 제일 좋은 보약 햇빛을 받으며 세월아 네월아 한다.

즐겁게 서로 사랑하며 세월이라는 친구를 놓치지 말고, 열심히 힘 닿는 데까지 따라가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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