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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정치인들의 안이한 상황 인식

지난 4일 국회에서 특별 소집된 당,정,청 협의회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부 서민들의 고통에 송구스럽다면서도 한국경제를 좋아질 것으로 낙관하면서 근거없는 위기론을 경계했다. 미·일 무역분쟁과 소득주도성장정책, 일련의 비경제적 사회정책, 치열한 국제경쟁 등이 겹쳐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에 들어가기 직전이라는 전문가들의 높은 우려와 거리가 멀다.

그는 2%대 후반의 경제성장률이 비교적 낮지 않다고도 했다. 올해 세계경제가 한국을 제외하면 대체로 선전했음은 모르는 척한다. 실업률은 가파르게 오르고, 생산과 소비는 동반 추락했으며, 수출도 아직은 견디고 있는 반도체를 빼고는 모두 부진이다.

학문적으로 가설 수준인 소득주도성장론을 밀어부치는 과정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다각적인 대기업 압박 등으로 시장은 몸살을 앓고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경제를 물리적으로 급히 재편하려는 움직임은 빈대 잡으러 초가삼칸 불태우기 꼴이 될 수 있다. 복지도 소중하고 소득 불균형도 사회적인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의 메카니즘을 거슬러서 나라 형편이 어려워지면 무슨 여유로 사회가 따뜻해지겠는가.

정치인들은 상황 인식에 민첩해야 한다. 소수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논리적이지는 않았지만, 동물적인 정치 감각을 갖췄다는 평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소신과 뒷바침하고 있는 세력의 집단의지에 지나치게 천착한다. 소득주도성장을 향해 그토록 비판과 우려가 쏟아져도 끄떡도 않는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포함해서 장하성, 조국, 문정인, 탁현민 등 참모들의 실족에 대한 따가운 시선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지휘자가 잔바람에 휘둘려도 안 되겠지만, 환호하는 지지층에 둘러싸여 상황을 엄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지지층의 리더는 될지 몰라도 국가지도자의 길은 아니다.



집권 민주당은 선거의 전리품 챙기기와 집권당의 권위를 누리는데 몰입해 있는 양 행세한다. 겉으로는 대화와 협치를 표방하면서도 야권을 존중하는 진정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상대해야 할 야권은 몽니를 부리는 세력, 트집잡는 집단으로 몰아세우는데 이골이 나있다.

야권은 여전히 지리멸렬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조강특위의 당협위원장 선임기준에서 대여 강성을 최우선으로 둔 일은 희화적이다. 아무리 여권 견제가 급하더라도 정당의 인재 모집에서 싸움꾼을 우대한다니 헛웃음이 나온다. 김병준 비대위와 조강특위 체제는 매가리가 없다. 보수의 가치 정립과 세규합이라는 두 명제의 어느 쪽도 성공의 시그널이 보이지 않는다. 자기들 보수세력이 입을 모아 훼손된다고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를 어떻게 지키겠으며, 취약해진 성장 엔진을 어떻게 되살려 나갈지를 선명하게 제시하지 못한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초미의 난국이다. 교육기관인 유치원들이 집단으로 국민세금을 챙겨 놀아나고, 힘 세진 세습 노조원들이 가족 몫으로 정상적인 시민들의 취업권을 박탈해 갔다.

직장의 높고 낮은 인사에서 능력보다 출신과 성향이 우선되고, 언론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일그러진 얼굴에 덕지덕지 색깔을 발라댄다. 중국의 추격은 바짝 다가와서 국가경쟁력은 비상이 걸려있고, 일본과는 다시 으르렁거린다.

한 세기 전에 나라를 뺐겼다가 찾았지만 곧바로 참혹한 전쟁에 휘말렸고, 천행으로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 오늘날 이 나라가 추락하느냐 버티느냐 하는 변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누구보다 이런 위기 상황을 발빠르고 엄중하게 인식해서 결기있게 대처해야 한다.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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