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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마지막 잎새

[LA중앙일보] 발행 2018/11/1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11/15 18:24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무엇인가. 물리적으로 보면 품질(quality)이다. 그런데 소유자의 만족도 면에서 보면 사실 그 차이는 없다. 오히려 가짜의 효력이 진짜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가짜 상품 일명 '짝퉁'의 매력은 싸다는 데 있다. 품질은 상관없다. 일단 그것을 소유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이다. 싸게 구입한 가짜 명품 핸드백과 옷 시계에 꽂히는 타인의 시선은 마냥 즐겁다.

숭고한 짝퉁도 있다.

심한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여류화가는 삶에 대한 희망을 잃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담쟁이덩굴 잎이 다 떨어질 때 자기의 생명도 끝난다고 괴로워한다. 이때 같은 집에 사는 늙은 화가가 그녀의 창문 너머 벽에 가짜

나뭇잎을 그려넣는다. 그 잎사귀는 혹독한 추위와 심한 비바람에도 견뎌내며 그녀에게 삶의 희망을 준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는 멋진 것을 넘어 숭고하기까지 하다. 오 헨리는 은행에서 일하다 횡령 혐의를 쓰고 나라 밖으로 멀리 도망쳤다가 어린 아내가 위독하다는 연락에 귀국하지만 임종은 지키지 못했다. 그 대신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감옥이었다. 거기서 이 글을 썼다.

11월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권태와 허무가 스산하게 걸려있다. 새해에 시작한 일은 이쯤 되면 단조롭고 지루하다. 이쯤 되면 믿었던 희망의 나뭇잎은 하나 둘씩 떨어진다. 이쯤 되면 일궈낸 성과는 별 게 아니다.

그래서 이쯤 되면 누구에게나 '마지막 잎새'가 필요하다.

내주는 추수감사절이 있다. 여기저기 여행을 떠나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스쳐가는 풍경과 많은 인간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마지막 잎새를 발견할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 마지막 잎새를 그려 줄 수 있다. 항상 아래만 보던 낙엽은 떨어져서야 비로소 넓은 위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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