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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동산 시장, 망해라!

황상호 / 사회부 기자
황상호 / 사회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11/19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8/11/18 12:34

가벼운 우울증이 있어 단칸방에서 방 두 개, 큰 거실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아버지와 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13층 제일 꼭대기층. 베란다 창을 열면 작은 공원이 보였고 때가 되면 끼룩거리는 새소리가 들렸다.

3년 반 전이다. 충북 청주에서 직장에 다니며 생의 첫 집을 구입했다. 재테크적 요소도 고민했다. 아파트 가까이 충북 유일의 종합 백화점이 있고 주변에는 나쁘지 않은 수준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있었다. 조금은 낙후됐지만 산업단지도 가까이 있어 아파트 가격이 최소한 떨어지지 않을 거라 전망했다. 크기도 중간 정도인 818스퀘어피트(23평)로 넓은 평수가 많은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잘 되는 축에 속했다.

딱 4000만 원을 한 방에 날렸다. 인생 갈림길에서 미국을 선택했고 그 사이 전세를 내줬던 아파트값은 수직 하강해 이 모양이 된 것이다. 서울 일부 지역은 몇 달 사이 수천만 원이 올랐다는데 지역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거나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충남 천안에 사는 처남도 수원으로 이사를 하려는 중인데 그곳도 적지 않게 아파트값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동안 빈 집이 쏟아지는데 업자들은 아파트를 계속 짓고 지방정부는 방조한 것이 원인이다. 버티는 게 상책이라고 깡통집을 쥐고 있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정신 건강이야말로 최고의 투자처라고 판단해 팔아버렸다.

LA서 사는 건 또 어떤가. 한 달에 1800달러 렌트비를 내며 부부 수입의 3분의 1을 집값으로 낸다.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 하는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니면 이게 바로 이름 짜한 미국식 코미디인가.

난들 모르겠다. 뛰는 렌트비에 거리로 나온 노숙자들은 어떤가. '게으름은 무엇인가' 논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구제할 방법이 요원한 미친 집값에 그들에게 보낼 위로의 말이 변변치 않다. LA노숙자만 3만 4천여 명. 주말 봉사활동에서 만난 노숙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청년이었다.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우리는 토지를 공공의 재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땅을 모조리 압수해 공짜로 나눠주라는 말이 아니라 땅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자들에게 세금을 팍팍 매기라는 말이다. 이것을 통제 못 하니 미국이고 한국이고 부동산이 거대한 도박판이 돼 판돈만 늘리고 있는 것이다. 늦게나마 한국에서는 토지 공개념을 주창해온 김수현 전 사회수석이 정책실장을 맡았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땅은 하느님이 준 선물 같은 것이다. 토지가 자산을 뜻하는 부동산으로 불리는 순간 국가적 쟁점이 된다"고 주창했다고 한다.

한국 집값도 미국 집값도 이 모양이면 청년들은 지구를 떠나라는 건가.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주개발 중인가. 아니면 북유럽으로 가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나.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노래가 있다.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해 빛의 속도로 탈락한 가수 '마미손'이 빨간 복면을 쓰고 심사위원들을 위트 있게 조롱하는 곡 '소년점프'다. 이 노래는 대회 우승자만큼이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가사는 이렇게 종결 짓는다. "악당들은 들어라! 한국 힙합, 망해라!"

난 복면도 없이 외친다. "부동산 시장, 업자들아, 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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