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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본말과 주종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LA중앙일보] 발행 2018/11/20 미주판 26면 기사입력 2018/11/19 16:28

최근에는 들은 기억이 없지만, '원인 치료'를 강조했던 한의원 라디오 광고가 가끔 생각난다. 나타난 증상에 집중하는 대증(對症)요법도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원인에 대한 치료가 의료의 근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겠다.

자동차의 속도나 안전성이 과학기술이라면,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광범위한 인문학적 교양이라 할 수 있다. 근래에 일기 시작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나,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위 인사가 관련된 사건의 수사가 이루어질 때마다 회자하기 시작한 '몸통'과 '깃털'의 비유 역시, 근본의 중요성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과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종교에서 근본은 더더욱 강조된다. 불가에서는 참회를 위해 이참(理懺, 죄성(罪性)이 공한 자리를 깨쳐 안으로 모든 번뇌 제거해 감)과 사참(事懺, 성심으로 죄과를 뉘우치며 날로 모든 선을 행함)을 함께 닦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끓는 물을 식히기 위해서는 위에서 찬물을 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밑의 불을 꺼야 하듯이, 죄업(끓는 물)을 없애려면, 사참(위에서 찬물을 붓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참(밑에서 타는 불을 끄는 것)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 불가에서 수행의 목적을 일시적 스트레스 감소나 육신과 정신의 건강보다는 고통의 근원적 해결에 두고 있는 것도 비슷한 경우라 하겠다.

대종사께서는, "천하만사가 다 본말(本末)과 주종(主從)이 있나니, 근본을 알아서 근본에 힘쓰면 끝도 자연히 좋아질 것이나, 끝을 따라 끝에만 힘쓰면 근본은 자연 매하여질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에 있어서 마음은 근본이 되고 육신은 끝이 되며, 세상에 있어서 도학은 주가 되고 과학은 종이 되는바 이 본말과 주종을 분명히 알아야만 비로소 진리를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악인과 외과의사의 손에 들린 칼의 비유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세상의 모든 학문이 바른 마음이 바탕이 되지 않을 때, 진가(眞價)와 선의(善意)를 발휘하지 못함은 당연지사이다. 마음공부가 모든 학술의 주인이고 모든 공부의 근본이 되는 이유이다. 또한, 모든 학문은 사용처와 사용 시기가 제한적이지만, 마음 작용하는 공부를 하여 놓으면 일분 일각도 끊임이 없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의 근본이 된다 할 수 있겠다.

대종사께서는, "눈앞의 이해에 얽매이지 말고, 영원한 장래를 놓고 보아 근본 되는 일에 힘을 써라. 보통 사람들이 일생을 산다 하지만, 결국 육신 하나 돌보는 데 그치고, 근본이 되는 정신을 돌볼 줄 모르나니, 어찌 답답하지 아니하리오" 하셨다.

사자와 개에게 돌을 던지면, 개는 돌을 쫓아가지만, 사자는 돌을 던진 사람을 쫓는다고 한다. 돌에 맞을 때마다 돌을 던진 사람을 찾기보다는 당장 나를 아프게 한 돌멩이하고만 씨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을 당하면 본과 말, 주와 종을 살펴 근본이 되고 주가 되는 일에 치중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 하겠다. 광고 속의 한의사가 대증요법보다 병인(病因)치료를 강조하듯이.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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