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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할러데이 시즌 '행복의 비밀'

[LA중앙일보] 발행 2018/11/2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11/19 19:15

이맘때는 돈을 써야만 한다.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여 간 이런저런 모임, 여행, 선물 등 줄기차게 쓸 일도 많다. 사실 돈을 쓰는 것은 재미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물물교환의 매개체라기보다 가능성 실현(實現)의 지름길이다.

'이거 되네, 저것도 되네'. 또 돈을 써야 존재감이 형성된다. 할러데이 시즌에는 여기저기서 악을 쓴다. 예쁜 가게 창에서도, 신문·TV에서도, 컴퓨터 모니터에서도 온통 '나를 사라'고 외친다. 문제는 쥐고 있는 돈이 없다는 것, 할러데이 시즌은 때론 지옥의 한철이다.

돈을 쓴다는 것은 무언가를 얻는다는 의미다. 소비는 두 가지 형태다.

소유하기 위한 것과 경험하기 위한 것이다. 두 행위-특별하거나 필요한 물건을 샀을 때, 멋진 식당에서 한끼나 가족 여행-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얻는 것은 행복이다. 다만, 질감에서 다르다.

일단 소유 소비는 주체가 단독이다. 수혜자 나와 제공자 나 간의 단선 관계다. 그 사이에 '물질'이 있다. 반면 경험 소비는 주체가 복수다. 수혜자와 제공자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사이에는 '행동과 감정'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 소유를 위한 소비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잉여물이 넘치고, 후회라고 찍혀있는 청구서가 날아온다. 경험 소비는 오히려 즉각적이기보다 시간이 흐르면 묵직한 행복감으로 꽉 차게 된다.

소유 소비는 공간의 행복이다. 소유물은 보관하고 진열할 자리가 필요하다. 경험 소비는 시간의 행복이다. 그때 그 순간의 기억은 이미 내 몸 안에 내재돼 있다. 공간의 행복은 내 몸과 유리(遊離)된 관계로 내 안에 축적될 수 없다. 그래서 쉽게 잊히고 한번 잊히면 그걸로 끝이다. 아이들 장난감처럼. 하지만, 시간의 행복은 쌓이고 쌓인다. 설사 잊힌다 해도 불쑥 다시 드러나 그때 그곳의 행복을 재소환한다. 소유 소비와 경험 소비의 행복 질감 차이다.

소유라는 양식은 자신의 독자성을 정의하기 위해서 주변의 많은 물질(돈·땅·건물·직업·직위·명성 등)을 얻어내고 소비하는 습관이다. 그 습관에 물든 우리 대부분은 소유함으로써 '나'라는 사람을 주변과 조직 안에서 차별된 나로서 정의한다. 그러다 차츰 소유가 없는 자신을 보면 존재가치가 없는 사람이 돼버린다.

소유 중심의 삶에서는 상실의 아픔을 피할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물질은 반드시 시간의 구애를 받는다. 닳고 낡고, 사라진다. 그래서 다른 물질을 사지만 역시 일회성이다. 소유적 양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은 투쟁하고 질투하고 경계하게 마련이다. 있는 자는 있는 자와 유대한다. 없는 자에게 소유를 역전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 체제에서 벗어난 목소리는 '헛소리, 그래봐야 너도 결국엔'이라며 매도하고, 당한다.

'하버드대 인생관찰보고서'가 있다.

1937년에 입학한 하버드생들의 72년 인생을 추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은 경험을 사는 데 돈을 쓰고, 불행한 사람은 물질을 사는 데 돈을 쓴다. 또 사회심리학자 밴 보벤이 1200명을 대상으로 소유 소비와 경험 소비 중 행복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는 경험 소비가 더 행복했다.

경험 소비는 관계적·체험적 소비다. 무엇을 갖고 있느냐 보다 무엇을 함께 했느냐가 삶을 배부르게 한다. 또 황혼기에 가장 중요한 행복의 요소인 '삶의 추억과 가치'를 남긴다.

할러데이(holiday)의 어원에는 holy(신성한)가 들어가 있다. 고결하고 거룩한 뜻은, 푹 쉴 시간을 줄 테니 '같이 먹고, 서로 주고, 함께 가고, 같이 웃으라'는 의미이리라.

그게 할러데이 시즌의 꽉 찬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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