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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어느 고등학교의 '시시한' 교훈

나는 기독교인이면서도 늘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을 나 자신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그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면서 불합리하고 좋지 않은 내막들을 보아왔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35년의 한국과 45년의 미국, 양측 생활을 해 오면서 두 쪽을 다 보는 안목이 있게 되고 또 비단 기독교계뿐 아닌 다른 많은 한인 단체들의 실상도 보게 되면서 나의 생각도 바뀌고 있습니다.

그것은 똑같은 문제들이 비단 기독교계만이 아닌 다른 종교단체나 정치계, 교육계, 문화계, 지역 한인회, 노인회 등 거의 모든 한인들의 단체에도 만연해 있음을 보면서 이것은 특정 단체의 문제가 아닌 '한국인의 문제'로 보게 된 것입니다. 그 문제들이란 거창한 것 아닌 자기만이 옳다는 독선, 차별, 편가르기, 거짓말, 남의 눈 의식하기, 법 지키지 않기, 무책임, 부정부패, 아부하기, 무시하기, 배려심 없는 이기주의 등등 별 것 아닌 극히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그러면 다른 모든 면에서는 그토록 뛰어난 머리를 가진 한국인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할 때 어렸을 때의 기본교육 결여라고 나는 봅니다. 깨끗한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린다면 그림 자체는 별로 훌륭하지 않다 하더라도 전체 배경만은 깨끗한데 지저분한 바탕 위에라면 아무리 잘 그렸더라도 전체 그림이 지저분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한국인'이라는 종이는 완전히 검정색까지로 더러워진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회색 정도로 더럽혀졌다고 합시다. 본바탕이 회색인 그 아이가 자라서 사회지도자, 정치지도자가 되고 기업의 사장, 교육자, 목사, 신부, 스님이 되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 전반이 회색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근본 해결책은 아직 아무 색칠해지기 전 어릴 때의 제대로 된 기본교육입니다. 시골이었는데도 학창시절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서울대학 합격이었습니다. 당시 서울고등학교 1회 졸업생 98%가 서울대학에 합격했다 하여 교장 김원규라는 분의 이름을 많이들 알고 부러워했었는데 그때의 교훈도 유명했습니다. 그것은 거창하지도 않고 시시한 '깨끗하라, 부지런하라, 책임지키라'였습니다. 결석보다도 조금만 신경 쓰면 할 수 있는 것을 안 한 지각을 더 싫어할 정도로 기본 태도에 역점을 둔 교육이었다고 합니다.

민족중흥이니 일류국가 건설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 말고 이런 시시한 것들과 '어디 가서나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돼라'는 간단하면서도 많은 것을 함축한 정신을 건국 초기의 어린이들에게 철저하게 가르쳤더라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입니다.

그분이 배출한 서울고, 경기고 출신들이 대한민국 건국 기초에 많이 공헌했던 것은 단순히 그들이 공부 잘해 높은 시험점수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요 그나마 그런 기본교육의 기초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장래는 지금부터라도 어린아이들에게 시험점수 올리기가 아닌 이런 시시한 기본교육으로 먼저 사람을 만드는 것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김홍식 / 은퇴의사·라구나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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