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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금·은 차이는 6g?

김석하/사회부 부장

1900년 던컨 맥두걸이라는 의사가 영혼의 무게를 측정하기로 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초정밀 저울에 올려놓고 그가 세상을 뜬 직후 무게의 차이를 재기로 한 것. 7명의 환자를 측정한 결과 '생과 사'의 무게 차이는 모두 21g으로 나왔다. 5센트 동전 다섯개의 무게.

그러면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무게는 얼마일까. 6g이다.

올림픽에서 1등에게 수여되는 금메달은 실제론 순금이 아니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메달을 깨무는 모습을 보며 '순금을 확인하는 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과 다르다.



올림픽 금메달은 도금한 것이다. 은메달 표면에 6g의 순금을 덮혔다. 결국 금메달과 은메달은 불과 6g의 금 도금 차이인 셈이다. 그러나 그 새털같은 무게는 행복도나 만족감에서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1995년 매드비치.매들리.길보비치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운동 경기에서 금 은 동의 메달 색깔 순위는 반드시 그 순서대로 행복도를 나타내지 않았다. 오히려 동메달을 딴 선수가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더 만족감을 나타낸 것이다. 즉 동메달 선수는 메달권에 들어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은메달 선수는 '아깝다'라는 불만족을 토로했다.

은메달리스트를 짓누르는 감정은 '후회'다. '이것을 조금 더 하고 저것을 조금 덜 했다면 영광은 내 것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특히 후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목표 또는 희망했던 결과에 얼마나 가까웠는가 하는 것이다.

은메달 수상자는 시상대에 오르면서 바로 옆의 금메달 자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줄곧 생각한다.

수영에서 0.01초로 은메달을 딴 선수는 '손톱 2센티만 더 길렀으면'하는 생각으로 평생을 마음 고생할 수 밖에 없다. 교통체증으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친 사람 중 5분을 늦은 사람이 30분을 늦게 온 사람보다 더 후회한다.

이렇듯 목표에서 간발의 차이일 때 후회의 강도는 가장 크다.

은메달에게 간발의 차이는 우승이지만 동메달에게 간발의 차이는 빈손이다.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의 '역전된' 행.불행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후회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객관적 사실을 떠난 상상력에서 온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선택의 패러독스'라는 책에서 이를 '반사실적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세상 또는 결과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있을 수도 있거나 있을 수도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는 데서 후회가 따른다는 것이다.

반사실적 상상력은 '위를 향하는' 것과 '아래로 향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나보다 잘난 사람의 영광을 생각하는 것과 나보다 못한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은메달리스트는 '아 금메달이었다면'이라고 상향적 상상력을 하게 된다. 반면 동메달리스트는 '휴~ 노메달이었다면'하고 하향적 상상력을 한다.

불경기 한 가운데 열린 올림픽이 막판으로 향하고 있다. 경기를 보면서 걱정.근심을 잊기도 하고 치열한 승부속에서 도전 정신을 재무장하기도 한다.

사실 아래를 바라보는 상상력은 만족감을 높이고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은데 감사하는 마음마저 들게한다. 그렇다고 위를 바라보는 상상력이 없다면 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동력을 잃게 된다.

정치.경제.사회.가정 어떤 조직에서든지 '은메달.동메달리스트'는 존재한다. 당신은 위를 보는가 아래를 보는가.

그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사람이 다음 대회의 '금메달리스트' 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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