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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산불이 남긴 숙제

[LA중앙일보] 발행 2018/11/2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11/20 18:35

북가주의 캠프 산불은 20일 기준으로 15만 에이커를 태웠다. LA시 반 크기가 탔다. 사망자 79명, 실종자 699명. 건물 1만7148채가 사라졌다. 남가주의 울시 산불은 말리부를 포함해 9만6000에이커를 태웠다. 사망 3명. 건물 1500채가 사라졌다.

불을 끌만 하니 비가 온단다. 캠프 산불이 난 뷰트카운티 강우량이 지난 5월 이후 0.7인치(17.8mm)에 불과하다. 한데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3~6인치(76.2~152.4mm)가 쏟아질 수 있다고 한다. 산불 피해지역에는 시간당 0.5인치(12.7mm)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곳도 있다. 반년 동안 0.7인치를 찔끔 내려보내 풀과 나무를 땔감으로 만들더니 맨땅을 내놓고 숯검정이 된 숲에 반년치 강수량의 3분의 2를 1시간에 쏟겠다는 것이다. '좋은 비는 때를 안다'는 두보의 시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불 난 뒤의 폭우는 나쁜 비여서 산사태도 걱정이고 아직 수습 못 한 시신이 유실될까도 걱정이다.

캠프 산불의 사망자와 실종자 규모는 충격적이다. 피해 면적은 LA시의 1.5배 크기인 45만9000에이커를 태운 멘도시노 산불보다 작지만 사람이 가장 많이 죽었고 집이 가장 많이 탔다.

기후변화, 가뭄, 숲 깊숙이 들어간 인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재난 대응 시스템이 자연과 상황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재난 관련 공무원은 필사적으로 대피 명령을 내렸고 소방관은 필사적으로 불을 껐음에도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미 재난의 성격이나 크기가 현재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캠프 산불이 이전 산불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속도다. 불이 난 8일 바람은 시속 50마일로 불었다. UC버클리가 지구관측위성의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바짝 마른 산하를 타고 불은 최대 1분에 풋볼 구장 80개를 태우는 속도로 번졌다.

불은 발화 4시간 만에 파라다이스 마을을 덮쳤다. 소개 명령이 처음 떨어진 것은 오전 8시 3분. 아직 마을은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때였다. 시 공무원들은 유선전화와 셀폰, 텍스트 메시지, 이메일,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필사적으로 대피 명령을 알렸다. 하지만 산불은 잘 짜인 행정시스템을 훌쩍 뛰어넘었다. 산불은 너무 빨랐다. 뒤늦게 급히 차를 타고 대피했으나 공포와 혼란 속에 어떤 이는 막다른 길로 잘못 들어섰고 어떤 이들은 차에 기름이 떨어졌다. 조금 뒤엔 통신 시설이 불에 타며 전화가 끊겼다.

파라다이스 전소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재난이다. 빠져나오는 길이 적고 한 번에 차가 몰리면 꼼짝 못 하는 지역은 속도가 빨라진 산불 앞에서 무력하다. 가주 소방국은 바람과 기후, 지형을 바탕으로 187곳을 파라다이스 같은 화재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지역은 불붙은 나무나 전신주 하나만 길에 쓰러져도 극심한 혼란을 겪는다.

남가주에서도 라구나비치는 위험 지역의 하나로 꼽힌다. 외부로 나오는 길이 3개밖에 없고 이 길을 따라 전신주가 즐비하다. 시정부는 전기선 지하 매설을 위해 판매세 인상을 요구했지만 투표에서 부결됐다.

오렌지카운티 정부는 요바린다 인근 에스퍼렌자힐스 개발을 승인했다. 이곳은 막다른 길에 있는 340채 규모의 커뮤니티로 10년 전에 381채가 불탄 곳이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또 일어날 수 있기에 파라다이스는 앞으로 산불이 났을 때 기준으로 삼아야 할 최악의 상황이 됐다. 최단 시간에 모든 사람에게 재난을 알리고 대피로를 확보하고 짙은 연기에서도 대피로가 보이게 해야 한다. 파라다이스 급 재난 대응 계획을 새로 짜는 일, 산불이 남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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