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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오래전 한 케이스 조정에서 조정을 맡은 경력이 오래된 두 명의 유대인 변호사들이 내게 "원고 측 (유대인) 변호사의 합의 제안 숫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고는 홍해를 갈라서 이집트를 탈출한 유대인들처럼 방문을 박차고 나갈 것"이라고 경고 비슷한 말을 하면 은근히 그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위협(?)한 적이 있다. 그래서 1초도 쉬지 않고 "만일 그렇게 나가면 출애굽기에서처럼 40년 동안 광야를 방황하게 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랬더니 더 이상 원고 측의 합의 제안 액수를 고집하지 않고 우리 측 제안대로 조정을 마친 통쾌한 기억이 있다. 그 뒤로 몇 번 다른 케이스로 마주친 상대방 변호사나 조정 변호사들과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대부분의 미국 변호사, 특히 아르메니아, 유대인, 중동계 변호사들은 동방예의지국의 모범시민처럼 대하면 끝없이 겁을 주고 달려드는 경향이 있다. 이런 로펌들에서 배운 한인 변호사들도 소송에서 무조건 상대방 변호사에게 싸움부터 걸려고 하는 못된 버릇부터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대응책은 더 강력하고 지혜롭게 대응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아주 친해지거나 존경을 받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최근 한국에서는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냉면 목구멍'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한국의 대기업 '금수저' 총수들을 상대로 한 이선권의 발언은 먼저 기세를 잡기 위해 선수를 치는 하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냉면 목구멍' 발언에 아무도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 자신을 모욕한 영국 교수에 대해 재치 있게 응대한 간디나 정적의 비난에 유머로 대답한 처칠이라면 이선권에게 뭐라고 대답했을지 궁금하다.



소송을 당한 클라이언트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절차가 상대방 변호사의 끈질기고 이리 꼬고 저리 꼬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선서 증언(deposition)이다. 한국어 통역이 번역을 해줘도 원고 측 변호사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깝게 힘든 작업이다. 아무리 미리 선서 증언 연습을 해도 한인들에게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라는 주문은 선서 증언장에서 일장연설을 하고 싶은 한인들에게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한국어에 유창한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증언으로 출석해 통역을 통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영어로 답변해 화제가 됐다. 대답마다 통역을 일일이 하다 보니 시간도 그만큼 지체됐고, 의원들도 질의문답이 지체되어서 맥이 빠져 제대로 질의하고 싶은 걸 다 묻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처럼 선서 증언에 출두하는 한인 고용주들도 한국어로 천천히 자세히 대답하면서 원고 측 변호사의 진을 뺄 수 있는데 조금 알아들은 영어 질문에 성격 급하게 중구난방 대답하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영미권이 아닌 국가 정상들이 영어를 몰라서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때 통역을 대동하는 것이 아니다. 통역하는 동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원고 변호사의 질문은 자세히 듣고 정확하게 답변하기 위해 통역이 필요한데 많은 한인 고용주들은 질문에만 대답하기보다는 선서 증언장에서 자신에게 왜 이런 질문을 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리기 때문의 원고 측 변호사의 '밥'이 쉽게 되고 두고두고 후회한다.

셰익스피어의 명언 가운데 '대담함은 나의 친구이다(Boldness be my friend)'가 있다. 한인 고용주들도 냉면을 자신 있게 목에 넘기면서 기죽지 말고 대담하게 소송에 임하기를 바란다.


김해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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