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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한인 정치인의 한계와 가능성

지난 13일 자 시론 '민족의 자존심을 높일 때가 되었다'에서 잘 못쓴 내용이 있었음을 독자 여러분에게 사과드린다. 그 글에서 '미국 연방의회에 영 김과 앤디 김 두 명의 우리 한인을 입성시킨 것은 대단한 쾌거'라며 축하를 했었다. 글을 작성할 때만 해도 영 김은 당선 확정으로 알려졌었으나 뒤에 당락이 번복되면서 결과적으로 오보가 되고 말았다.

아쉬운 일이다. 당초 바랐던 대로 '서부와 동부, 공화당과 민주당, 남성과 여성'으로 균형 있게 진출해 우리 한인사회의 미래를 밝게 해주었으면 더욱 좋았을 테고 더구나 영 김은 우리의 가까운 이웃으로 유능한 인재였기에 아쉬움이 크다. 뉴저지의 앤디 김 한 사람이라도 당선된 게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이제 앤디 김에게 일당백의 기대를 걸어 본다.

그렇다고 해서 주류사회에 진출한 한인 정치인들에게 한인사회가 무슨 부담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한 처사다. 그들은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이며 한국 정치가 아니라 미국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이해해 주어야만 그들도 편하고 한인사회도 편하다.

영 김은 당선이 확실시될 무렵 이런 소감을 밝혔다. '저를 주류사회에 시집보냈다고 생각해주세요 시집간 딸이 시집에서 잘해야 친정인 한인사회에 보답할 수 있어요. 제가 너무 친정 일에만 매달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맞는 말이기는 하다. 다만 그런 말은 떠나는 딸의 눈물을 닦아주며 친정 부모가 하는 말이지 시집가는 딸이 친정을 향해 하는 말치고는 좀 야멸차게 들렸다.



출가외인이 시댁 편에 서야하는 것은 이민자의 한계라 하더라도 살다가 때로 친정의 근본을 건드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20여 년 전, 한인으로서는 처음 연방의회에 진출했던 김창준 전 의원이 걸어 간 길을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95년, 연방의회에서는 합법 이민자의 사회보장 혜택마저 폐지하는 내용의 소위 '웰페어 개정안'이 상정돼 큰 논란이 되고 있었다. 그때 웰페어 의존도가 높은 한인사회는 다른 소수민족들과 연대해 강력한 저지운동을 펴나가고 있었는데 유독 김창준 의원만은 공화당이 주도하는 웰페어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서는 바람에 동포사회에 엄청난 배신감을 안겨준 일이 있었다. 백인 지역구를 둔 그는 그때 '나도 백인으로 태어났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다는 후일담을 남겨놓아 뜻있는 이들을 더 경악게 만들었다.

다인종 사회에서 아무 생각 없이, 때로는 흰 페인트칠을 한 까마귀가 비둘기 사회에 잠입했던 이솝우화처럼 잠시 주류에 휩쓸리며 살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자기를 키워 준 커뮤니티나 떠나온 조국의 미래를 상상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욱 폭 넓고 창조적인 삶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치에 뛰어든 한국계 미국인들은 명심했으면 한다.

이민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선출직 외에 연방 정부나 연구기관 등에서 외교, 국방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 잡은 한인 2세가 많아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중에는 간혹 지난번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거대한 기만' 이라는 기사에서 보듯이 철저하게 강성 네오콘의 입장에 서서 조국의 아픔에는 애써 외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연방 하원에 진출한 앤디 김은 취임 일성에서 '북한과의 평화는 나의 최우선 과제이며 한인 커뮤니티의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 있게 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그에게서 한혼양재(韓魂洋才)의 기상을 보고 싶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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