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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네트워크 재난 사회

"생각해 보세요. 온 세상이 컴퓨터에 들어있어요. 차량기록, 주민번호, 신용카드, 의료기록…누군가 그걸 망칠 수 있어요. 저한테 그랬듯 당신한테도 그럴 거에요." 할리우드 배우 샌드라 불럭이 1995년 개봉한 영화 '네트'에서 한 대사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은 혼자 집에서 일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 갑자기 악당에게 쫓기는 처지가 되더니, 온라인으로 조회되는 모든 기록에서 자신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개봉 즈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묘사가 좀 과하다는 생각도 했다. 주인공이 상대방과 전혀 대면 접촉 없이 일을 하는 데다, 밥 한번 먹자는 제안을 거절하고 컴퓨터에 접속해 피자를 주문하는 모습이 특히 그랬다. 한데 엊그제 다시 보니 20여년 지난 지금의 우리네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KT 통신구 화재에 따른 통신장애로 지난 주말 희한한 세상을 맛봤다. 스마트폰에서 네트워크 신호가 사라지더니 전화도 문자도 불통. 점심을 먹은 식당에선 카드 결제가 안 된다며 난감해했고, 옷가지를 사러 간 대형 매장에선 시스템 장애로 구매 자체가 안 된다고 했다. 뉴스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인터넷도, 같은 통신사 IPTV에 가입된 TV도 먹통. 온갖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무용지물이다. 전화 한 대, 카드 한 장이면 다 될 것 같던 사회가 삽시간에 딴 세상이 됐다.

영화와 현실이 꼭 같진 않다. '네트'는 뜻하지 않게 거대한 음모의 증거를 손에 넣었다가 악당의 목표물이 된 전문가 얘기다. 요즘은 누구라도 온라인 신분 도용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통신과 접속이 끊기는 건 단전·단수 이상으로 위협적이다. 공포영화라면, 피해가 복구되고 다들 안도할 즈음 으스스한 뭔가가 또 나오게 마련. 이번이 재난상황의 맛보기 1탄이라면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얼마든 나올 수 있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대중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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