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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타인 존중이 사라진 사회

지난 토요일 소공동 한국은행 앞 남대문로는 소란하기 짝이 없었다. 종로 쪽에서 올라오는 긴 시위대가 지나가면서 교통 체증이 극심했고, 스피커로 증폭된 구호가 왕왕거리며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날 광화문 광장과 서울시청 앞에서도 대중시위는 요란했다. 촛불시위 이후 그 일대는 걸핏하면 고래고래 내지르는 격렬한 언어의 한마당이다.

거친 욕설과 비난, 퇴진 요구가 난무한다. 한쪽은 과거 정권의 잘못을 들춰내 난도질하고, 다른 쪽은 현 정권의 독주를 찔러댄다. 민노총 등의 집단 이기주의 구호와 깃발도 서울의 이마 격인 광화문광장을 온통 뒤덮고 펄럭인다.

정의의 기치를 내걸고 거리로 나선 한국적 민주주의의 뜨거운 현장을 외국 관광객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서서 바라보는 모습이 이따금 목격된다. 아마도 그들은 사회심리학자 어빙 제니스가 지적한 '응집력이 강한 집단사고(groupthink)의 희생'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오히려 후퇴시키지 않을까를 떠올릴지 모른다. 선진국의 기준으로는 한국 사회가 끌어안고 고뇌해야 할 뜨거운 과제로 비칠 것이다.



어떤 사안이 국가와 시민에게 얼마나 유익한지를 진지하게 판단하기보다 저마다 선입견을 갖고 옳고 그른지를 먼저 재단한다면 영영 끝나지 않을 갈등이고 싸움이다.

비단 정치뿐이 아니다. 정치인으로부터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남을 탓하고, 증오하는 기류가 곳곳에서 불거진다. 상업적이거나 어떤 목적적인 접근 외에는 순하고 살가운 미소와 따듯한 온도는 가뭄에 콩 나기다.

도로에서는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이 비일비재하고, 걸핏하면 성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대며 욕지거리를 퍼붓는다. 거리의 젊은이들은 지나가는 아버지뻘 연장자를 빤히 바라보며 발암물질을 뿜어댄다. 전동차 안에서는 노인 남자들이 다리를 너무 벌리고 앉는다고 시비가 일고, 교실에서는 학생과 스승이 계급장 뗀 육박전도 불사한다. 학부모는 잘난 자식에게 심하게 군다고 담당교사를 기죽이고, 운동선수들은 죽어라고 키워준 감독의 독선을 문제 삼아 대판 싸운다. TV에서는 성행위 장면이 '미투'라며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성별 다툼이 살인까지 불렀다고 영상매체들이 시끄럽다.

국가적인 공공사업에 정부와 주민, 또는 이해 당사자들 간의 분쟁이 죽자 살자 부딪치고,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대립은 아예 철천지원수 같다. 안하무인인 민노총은 관련 기관 사무실들을 잇달아 점거하는 소동을 벌여 나라가 그들의 세상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듣는다.

그 결과는 곧 사회적 아픔이고, 비용이다. 시스템은 자꾸 일그러지고, 하나하나 축적해 나가야 할 발전은 무너지곤 한다. 이 모든 날카로운 대립들은 여와 야, 진보와 보수로 갈려 진흙탕 싸움을 일삼았던 정치의 책임이 크다. 정치가 최상위의 사회적 개념이고, 영향력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조선조의 대표적인 개혁가 조광조와 정약용은 무리하게 상대편을 몰아치다가 역풍을 맞아 오히려 사약을 받거나 평생 귀양살이를 했다. 영국의 공화정 건설자 올리버 크롬웰과 프랑스 혁명의 주체인 로베스 피에르도 왕당파의 반격을 받아 부관참시와 기요틴 위의 이슬로 희생됐다. 아무리 개혁이 필요하고 엄중해도 대상자에게 가혹하면 그 반작용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막스 베버는 정치지도자의 자질로써 윤리를 강조했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요건으로 책임 윤리와 심정 윤리를 들었는데, 윤리 의식이 없으면 정치라는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계시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반드시 음미해야 할 계명이 아닌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타인을 헤아리면서 순리대로 미래를 개척하는 일이 오늘 한국 사회와 한국의 정치가 깊이 성찰해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진다.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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