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열린 광장] 어깨동무와 허깅의 진정성

예닐곱살 이후 중학교 때까지 어깨동무를 한 친구들이 기억난다. 그런데 요즈음 한국이나 미국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양을 볼 때 어깨동무를 하고, 골목에서 발을 맞추어 걷고 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깨동무를 하고 나누던 귓속말이 아쉬운 세상이 되었다. 우리 때는 순진무구하여 헤어질까 겁이나 어깨동무를 하였을 수도 있었겠다.

아스팔트 위에서보다 가로등 밝은 길에서보다, 어깨동무는 비 온 후 질척거리는 골목길에서 추위에 뺨이 빨갛게 된 친구의 체온을 느낄 때, 손을 비벼 따스하게 된 손바닥을 건네줄 때가 더 잘 어울린다. 너는 나만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고, 그 친구의 체취가 향기처럼 느껴질 때, 가로등 없는 골목길이 어깨동무를 하기에는 적격이었던 것 같다.

만나지 못하면 말을 할 수 없어 답답했고, 보이지 않으면 보고 싶어 그 집과 골목이 그리워지고, 못 만나면 꿈에 볼 것이라고 믿으며 잠들던 시대가 이제는 아낙네 버선 뒤집어 놓듯이 온통 안팎이 홀라당 뒤집어 진 세상이 되었다. 못 만나도 실시간으로 말을 하고, 안 보이는 얼굴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듣고 보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참 좋아진 세상인가? 모르겠다.



손에 들려진 무선통신 단말기 하나가 어깨동무를 필요 없게 만들어 놓았다.

요즘 보편화한 허깅(Hugging)은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정치, 사회 VIP층 지도자들까지 걸핏하면 악수하고 끌어안으면서 '당신과 나는 하나야 잘해 보자'는 몸짓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볼 때마다 나는 진정성을 의심하는 때가 종종 있다. 악수와 허깅 후 그들은 쉽게 말로, 보도 자료로, 행동으로, 언제 악수하고 허그를 했던가 까맣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내 좁은 생각인지 몰라도 어깨동무를 하고 성장한 관계의 친구들과는 쉽사리 헤어지거나 배신을 못 하지 않을까 한다. 어깨동무를 하며 살아온 사이는 바로 옆에서 체온을 느끼며 보는 듯 마는 듯, 있는 듯 없는 듯 가슴으로 오가는 정과 사랑, 신뢰를 키워간다. 따라서 내가 좀 힘들어도 내 어깨에 기대고 오라고, 같이 가자고, 즐겁게 함께 걸어가는 것이 어깨동무의 참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에 반해 악수나 허그는 즉흥적이고 깊이 없이 마주 보는 상대끼리 각각 추구하는 네 것, 내 것을 확실하게 챙기는 극히 사교적이며 실리적 계산이 깃들어 있는 관계의 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상황이 바뀔 때는 어제든 등을 돌려도 크게 놀랍지 않고, 또 다른 내 몫을 챙기는 일을 버젓이 또 다른 누구와 새로운 악수·허깅으로 흥정하는 연속이 오늘 우리 주변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리라.

올해 초, 멋있어 보였고 기대가 되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악수와 허그는 아직도 진행형의 상황으로 남겨져 있다. 이 만남이 어깨동무의 관계까지 발전하기를 기원해 본다.


변성수 / 연방 및 카운티 교도소 채플린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