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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캘리포니아 산불과 나비효과

1914년 6월28일 사라예보의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아마도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지 않았다면 6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차 대전도 없었을 것이고, 오늘날 중동이 세계의 화약고로 변모하지도, 알카에다도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9·11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가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신발을 벗고, 벨트를 풀어야 하는 곤욕을 치르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일종의 '역사적 나비효과' 같은 얘기다.

보다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나비효과 사례는 지난달 8일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북부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이다. 90여 명이 목숨을 잃고, 200여 명이 실종된 산불은 1871년 1500명이 희생된 위스콘신주 산불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산불 참사로 기록됐다.

산불이 방화나 실화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캘리포니아 산불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대부분이 자연발화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가 기후온난화라는 사실도 이미 알려져 있다. 다만, 우리가 기후변화, 온난화 따위 얘기가 나오면 '설마' 하고 방심하거나 먼 나라 얘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러나 산불은 연례행사로 발생하는 캘리포니아만의 재난이 아니다. 산불과 나, 또는 내 주변 일상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가 타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물질이 온실효과를 증대시키고, 지구 온도를 상승시켜 온난화를 재촉한다는 사실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구온난화는 미 서부 지역을 더욱더 건조화시키고,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수면을 상승시킨다.

좀 더 멀리 고개를 돌려보자. 켄터키의 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나, 스위스 산비탈에서 노니는 양떼들은 산불과 무관한가. 그렇지 않다. 따지고 보면 이들도 원인제공자다. 목축 때문에 숲이 줄어들고, 이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부추겨 기온이 올라감으로써 지구 온난화의 한 원인이 된다는 게 과학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심지어 동물들이 배출해내는 트림과 방귀조차 온난화의 원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켄터키의 소가 뿜어내는 방귀가 캘리포니아 산불의 먼 원인 가운데 하나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캘리포니아 산불이 켄터기 소 방귀의 나비효과라면 억측일까. 결론적으로 산불과 '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나의 에너지 소비 행태와 쇠고기 소비량 등 식습관 등이 온난화와 직접 관계가 있고, 이는 산불 발화의 원인과 관련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산불은 캘리포니아만의 재난이 아니라 지구촌의 재앙이자 인류의 고민이다.



지난달 국립기상청은 평가 보고서를 통해 2100년까지 미국 내 기후 변화가 지역별로 극단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테면, 서부지역은 건조화가 더 심해져 산불이 25%나 더 늘어나고, 규모도 몇 배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부 평원의 곡창지대는 곡물수확이 줄어 식량난을 맞게 될 것이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폐질환 등 질병이 창궐하고, 만성질환 노인들의 사망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동부지역은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랍스터와 고등어 등 대서양 특산 어종이 줄어들고, 2050년까지 이상고온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650명이나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제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와 예상되는 재난을 피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미국 유권자의 64%도 미국이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 기후조약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는 "환경론자들이 온난화의 위험을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완섭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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