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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땐 나라가 멈춘다”…미국이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법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12/05 08:01

美대통령, 취임 초 자신의 장례계획 세워
‘국부’ 조지 워싱턴 서거 땐 69일간 애도
한달만 재임해도 전직 대통령 예우 극진

트럼프, 취임 후 첫 전직 원로들과 한자리

5일 미군들이 성조기로 감싼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관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장례식은 그와 국가의 마지막 대화다.”

백악관역사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미국에선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초기 자신의 장례 계획을 세운다. 그만큼 전현직 대통령의 장례식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5일(현지시간) 향년 94세로 지난달 30일에 세상을 떠난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이 워싱턴국립 대성당에서 열린 가운데, 전직 대통령을 극진히 예우하는 미국의 전통이 또다시 빛났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장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내외. [로이터=연합뉴스]
“국장 땐 나라가 멈춘다”…‘국부’ 장례 땐 69일 애도
미국에선 전직 대통령의 국장을 치를 때는 현직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려 연방정부의 업무를 일시 정지시킨다. 따라서 공공기관, 학교 등도 휴업에 돌입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치르는 5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해 국정 업무를 잠시 멈췄다.

역대 미국 대통령.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대 조지 워싱턴, 35대 존 케네디,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 40대 로널드 레이건,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3대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 [중앙포토]
정부기관뿐 아니라 주식시장도 멈춘다. 뉴욕증시와 나스닥도 애도와 존경을 표하는 의미에서 하루 동안 휴장한다. CNN은 “전직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 당일엔 주식시장을 휴장하거나 부분 개장하는 게 미 금융시장의 전통”이라고 전했다. 미 주식시장은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도 휴장한 바 있다.

군 의장대가 3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관을 워싱턴 DC 의사당 중앙홀로 운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초대대통령이었던 ‘국부’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조금 더 특별했다. 1799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땐 공식 애도 기간이 무려 69일이었다. 당시 미국엔 국장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공식적인 국장은 아니었지만, 최대한 예우를 갖춘 것이다. 미국은 단 32일 재임한 대통령에게도 예의를 갖췄다. 1941년 3월 취임한 윌리엄 해리슨 전 대통령은 그해 4월 갑작스러운 폐렴으로 취임 약 한 달 후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백악관에 검은 리본을 걸고, 미 해병대가 그의 장례 행렬을 함께 했다.

국장 치르지 않은 루스벨트와 닉슨…그 이유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국장이 아니었다.

1945년 4월 14일 백악관 이스트룸에 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관. [사진 FDR Library]
32대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뉴딜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해 내고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4선에 성공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국장을 치르지 않은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다. 그는 1945년 4월 12일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불과 약 4개월 전에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미국이 참전국이었기 때문에 타국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군인을 앞에 두고 공개적으로 화려한 장례식을 치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해 국장을 치르지 않았다. 대신 약 50만 미국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루스벨트를 추모했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족, 가까운 친구와 참모 등이 모여 장례를 치르며 그는 미국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1994년 4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리처드 닉슨 37대 미 전 대통령의 장례식. 당시 대통령이었던 42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41대 조지 H W 부시, 40대 로널드 레이건, 39대 지미 카터, 38대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다. [중앙포토]

1994년 서거한 닉슨 전 대통령의 마지막은 씁쓸했다. 대외적으론 본인과 가족의 의사에 따라 국장을 치르지 않았다. 하지만 외신은 그가 민주당 사무실을 불법 도청한 ‘워터게이트’로 인해 불명예스럽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워터게이트로 인해 사임하면서 닉슨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망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대통령이 됐다. AP는 “그의 대통령직은 워터게이트로 인해 짧아지고 영원히 오염됐다”고 평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닉슨 도서관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전직 대통령 장례식은 살아있는 역사적 인물들의 모임
전직 대통령의 장례식에선 생존해 있는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이 모이는 보기 드문 장면을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살아있는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모인건 역사상 5번정도 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섯 번 중 두번이 전직 대통령의 장례식이었다.
2004년 워싱턴국립대성당에서 열린 로널드 레이건 전 미 40대 대통령의 장례식. 43대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 42대 빌 클린턴, 41대 조지 H W 부시, 39대 지미 카터, 38대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994년 닉슨 대통령의 장례식엔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모였다. 장례식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지미 카터,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다. 이 같은 광경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4년 레이건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다시 펼쳐졌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포드, 카터, 부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장에서 만난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내외. [로이터=연합뉴스]
이 날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는 현직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 전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해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전직 대통령들과 이렇게 한 자리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 전통을 멀리 하면서 국가 원로로서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는 행보를 해온 트럼프마저 이날만큼은 부시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끌어모은 화합의 자리에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장례식를 마친 후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는 텍사스주 컬리지 스테이션에 위치한 조지 H W 부시 대통령 기념 도서관 묘역에 6일 안장될 예정이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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