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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문학칼럼: 다시 찾은 샌프란시스코

미국 은퇴자들 간에 회자되는 ‘Empty Nest’라는 말이 있다. ‘빈 둥지’라는 뜻인데, 자녀가 장성하여 집을 떠나고 부모만 남은 상황으로 제2의 신혼생활을 의미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여행을 가려 해도 아들 내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처지다. 아들 내외가 휴가를 받아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야 우리가 집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우린 추수감사절 연휴가 되어서야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갈 수 있었다.
그곳의 랜드마크인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사진으로 처음 본 것은 중학교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현수교의 수려한 곡선미와 함께 발갛게 물든 석양빛을 받아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곳을 방문해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걸어서 건너보리라 마음먹었다. 이제는 미국에 살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볼 수 있는 가까운 곳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호텔에 짐을 풀고 가까운 곳에 있는 ‘Fisherman’s Wharf’를 걸으며 샌프란시스코의 바다 향기를 맘껏 마시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먼저 언덕 위에 늘어서 있는 고풍스러운 빅토리아 양식의 저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첫날 저녁은 유명한 식당 ‘Boudin’에서 Sourdough 빵에 담아주는 명물 Clam Chowder Soup를 사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내는 시큼한 냄새가 밴 질깃한 빵에 실망한 눈치였다.
둘째 날에는 종일 시티투어 Big Bus를 타고 도시의 숨겨진 역사를 배우며 다운타운과 골든 게이트 브리지 및 예쁜 상점과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휴양 마을 소살리토 관광을 하면서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하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온통 뿌옇게 되어서 골든 게이트 브리지 북쪽 전망대에서 다리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북동쪽으로 18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대기 질이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휴스턴에서는 캘리포니아 산불을 뉴스 보도로만 들으며 강 건너 불 보듯 했는데,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재앙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허리케인 하비의 악몽도 떠올라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저녁에도 Big Bus를 타고 시내 야경을 둘러본 후 Bay Bridge를 건너 Treasure Island에서 바라다본 샌프란시스코 마천루의 황홀한 야경은 정말로 아름다워 그동안의 상념들을 말끔히 씻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셋째 날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쓸쓸한 비가 온종일 내렸다. 우리는 Big Bus를 타고 다운타운의 서쪽 태평양 연안에 있는 ‘골든 게이트 공원’을 방문하여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와 ‘De Young Museum’을 관람하러 갔다.


미국인들은 우비만 걸친 채 버스 2층으로 올라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다 맞아가면서 여행 삼매경에 빠진 것을 보며 매사 열심인 그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뉴욕의 ‘센트럴 파크’보다 넓다는 ‘골든 게이트 파크’는 태평양으로부터 불어오는 강한 바람으로 생긴 모래언덕이 있던 곳으로서 나무가 자랄 수 없는 황토 지였다. 그러나 정원사 존 맥클레인John MacLaine의 끈질긴 집념과 노력으로 5천 종이 넘는 나무를 심고 가꾸어, 현재는 광대한 잔디밭과 나무 외에 호수와 언덕이 조성된 인공 공원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민의 휴식처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넷째 날에는 낭만의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Cable Car를 타보았다. Fisherman’s Wharf에서 출발하는 Powell-Hyde Line을 타고 매달린 채로 노브 힐Nob Hill과 차이나타운China Town 등의 동네를 돌아보면서 샌프란시스코 주택가의 풍경과 삶의 진면목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특히 경사도가 30도 가까이 된다는 높은 언덕길에서 도로와 직각 방향으로 자로 잰 듯 가지런히 주차한 모습에서 시민들의 운전 솜씨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 명물 케이블카는 1873년 앤드루 핼러디Andrew Hallidie에 의해 발명되고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했는데, 1947년 버스가 그 기능을 완전하게 대체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지금은 교통수단의 용도보다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명물로 바뀌어서 3개 노선만을 운행 중이다. 바로 옆에서 케이블카의 운전기사인 Grip Man의 기기 조작 과정을 눈여겨보고, 추가로 찾아본 케이블카 운행시스템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케이블카가 언덕을 오를 때는 Grip Man이 선로 아래에 깔린 케이블을 잡아서 케이블이 끄는 힘을 이용해 무동력 케이블카가 올라가고, 언덕을 내려갈 때는 반대로 케이블을 놓고 브레이크만을 이용해서 천천히 안전하게 내려가도록 바쁘게 조작하고 있었다. 노브 힐에 있다는 케이블카 박물관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곳에는 총 길이 25km, 3개 노선의 케이블을 원활하게 작동시켜주는 동력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신심에 활력을 되찾음은 물론, 1937년에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 불리던 금문교 건설을 실현한 조셉 슈트라우스Joseph Strauss의 끈질긴 집념과 태평양 연안의 모래언덕을 골든 게이트 공원으로 바꾼 존 맥클레인의 열정도 알게 되었다. 그런 New Frontier 정신들이 밑거름되어 1906년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도시의 75%가 파괴된 슬픔을 딛고 일어나 오늘날 세계 최고의 도시 가운데 하나로 발전시킨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여행의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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