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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저무는 '프리웨이의 시대'

[LA중앙일보] 발행 2018/12/12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12/11 18:20

굳이 통계수치를 들지 않아도 LA의 교통체증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아침마다 60번프리웨이가 끝나고 10번과 5번, 101번으로 갈라지는 곳을 지날 때면 갈수록 심해지는 정체 구간을 통과하는 게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경적 울리지 않고 큰 혼란 없이 가끔은 끼어들기도 봐주면서 묵묵히 자동차의 바다에 차를 맡기는 이들의 참을성과 질서 의식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LA 등 6개 카운티로 구성된 남가주정부연합(SCAG)이 지난주 혼잡통행료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치겠지만 누구도 말하기 꺼렸던 혼잡통행료를 처음으로 공론화한 것은 의미가 크다. 그만큼 교통체증이 심각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혼잡통행료는 기본적으로 출퇴근 시간에 체증이 심한 구간을 지나는 이들에게 부과하는 통행료다. 정부에서는 싱가포르와 밀라노, 런던, 뉴욕 등 전 세계 24개 도시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보편적 정책이라는 뜻이다.

교통 환경을 얘기하면서 LA를 런던, 뉴욕, 싱가포르에 비교한 것은 적지 않은 정책 변화다. LA가 더 이상 잘 뚫린 길이 사통팔달한 자동차의 천국인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자동차 천국은 습관처럼 남아있는 과거의 기억이 될 수도 있다.

UCLA의 브라이언 테일러 도시계획과 교수는 최근 LA가 다른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북적대는 도심 직장과 한적한 교외 주택을 프리웨이를 타고 오가는 시대는 지났으며 시카고나 샌프란시스코, 뉴욕처럼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교외 주택보다 도심의 타운하우스나 콘도가 보편적인 도시 말이다.

최근의 교통체증 원인으로는 운전 거리 증가가 아니라 인구밀도 증가를 꼽았다. LA 같은 경우 1인당 운전 거리는 오히려 줄었다. 뉴욕과 동경처럼 전 지역에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구밀도가 늘었다. 테일러 교수는 1700만 명의 도시에서 30마일을 출퇴근하는 일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긍정적인 면이라면 이런 도시에서 개인들의 사회 활동과 경제 활동이 더 활발해진다는 점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혼잡통행료라는 것이 일종의 통행세인데 그 시간에 그 길을 안 가도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생업 때문에 그 복잡한 길을 오가는 것 아닐까.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거나 더 막히는 길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중하층이다. 이렇게 걷은 262억 달러는 올림픽이 열리는 2028년까지 28개의 프로젝트를 완공하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도로를 새로 깔거나 개보수하고 경전철과 지하철을 늘리는 것은 좋은 일인데 얼마 전 개스값 인상처럼 어려운 이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간접세 방식만 계속하고 있다.

런던, 뉴욕, 싱가포르와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런던은 1863년 세계 최초의 지하철을 개통한 도시다. 뉴욕은 1904년에 지하철을 개통했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인 데다 도시철도와 지하철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LA는 이제 시작이다. 잘 연결된 대중교통이라는 대안도 없으면서 다른 도시도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LA라는 도시의 성격이 바뀌고 있고 이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이해한다. LA 다운타운은 일만 하는 버려진 곳에서 일과 생활이 공존하는 도시로 활기에 넘친다. 교외 주택은 한때 높은 삶의 질의 상징이었으나 이제는 긴 출퇴근 시간이 삶의 질을 해치고 있다. 저무는 '프리웨이의 시대'에 맞춰 정부의 정책도, 시민들의 태도도 바뀌어야겠지만 정부는 방법론에서 반대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래야 홈리스 셸터의 재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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