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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얼굴 화장이 즐겁다

정현숙 / LA독자
정현숙 / LA독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12/15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8/12/14 17:33

"어머니, 오늘은 밖에 안 나가시나 봐요." 며느리가 화장 안 한 내 얼굴을 보고 묻는다.

며느리는 내가 화장을 했나 안 했나로 나의 거취를 안다. 나는 화장을 안 하면 밖엘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마켓을 함께 가자 해도 화장을 안 했으면 안 따라간다.

"어머니, 그냥 가셔도 괜찮아요"라는 며느리의 말은 나의 마음을 모르는 말이다. 80이 다 되어가는 노인도 부끄러움과 예의는 안다.

나는 유난히 얼굴에 작은 검버섯이 많다. 32년 전 이민 와서 오랫만에 만난 두 동창과 밤새 이야기하고 떠든 적이 있다. 그때 친구들은 이미 미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었다. "얘, 어쩌면 너는 열굴에 티가 없니. 너무 깨끗해"라면서 부럽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랬다. 45세 나이 땐 얼굴에 검은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비온 후에 솟아나온 버섯처럼, 그것도 검은 버섯이 여기저기 그림을 그려놓았다.

물론 이곳의 강렬한 햇볕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화장을 잘 할 줄 몰랐던 내 탓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화장을 잘 할 줄 몰랐다. 얼굴에 한두 가지 쓱쓱 문지르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런데 젊었을 땐 몰랐는데 그게 아니었다. 얼굴에도 정성을 들였어야 했다. 아마도 암으로 인한 투병 생활 10여 년에 얼굴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니일 게다

"얼굴을 한 번 벗겨볼까"라며 딸에게 피부 클리닉엘 가보자고 했더니 "엄마, 괜찮아요. 그냥 화장만 하고 다니세요"란 말에 '그래, 화장으로 땜질이나 하고 다니자'고 결정하고 열심히 분장에 변장까지 하고 다닌다. 친구들은 화장한 내 얼굴을 보고 "아이구, 피부 좋다"라며 설레발을 친다. 이젠 나의 분장 기술이 늘었나 보다. 다들 대충 봐주는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아주 정성껏 화장을 시작한다. "어머니, 어디 나가셔요?" 며느리가 묻는다. "응, 친구와 점심 약속을 했단다"라며 열심히 화장을 한다. 화장 하는 시간이 아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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