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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앞'이 안 보이면 '옆'을 보세요

한인 커뮤니티 단체들의 송년회도 지난 주를 끝으로 얼추 끝난 듯하다. 해마다 되풀이하는 자리지만 올해는 유독 경제 이야기가 많았다.

'정말 힘든 한해였다'거나 '내년에도 나아질 게 없어 보인다'는 우려의 말이 많았다. 유독 침체가 심했던 자바시장 패션 3단체(의류·봉제·섬유) 송년회 참석자들의 반응은 좀 더 비관적이었던 것 같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았던 한인은행들은 연말 보너스까지 지급한다는 소식도 있으니 말이다. 자바 한인업체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보너스는커녕 당장 생존하는 것이 화두이고, 부동산업계도 에스크로나 융자 브로커들은 '전업'까지 운을 떼고 있다니 걱정도 된다.

송년회에 참석하다 보면 '경제부 기자로서 내년도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난감한 물음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온몸으로 경기를 체감하고 있고 누구보다도 경제에 민감한 사업주들이 느끼는 정도는 미디어에 발표되는 거시경제와는 다른 차원일 터이니 말이다. 더구나, 주류 사회 경기와 한인 커뮤니티 경제의 괴리도 커서, 경제를 주제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한인 사업주들만큼 실물경제 예측에 더 정확할 사람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이야기를 한마디 쯤은 보태게 된다. '최근의 주가하락과 변동성 확대,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향방' 등을 들먹이며 그럴 듯한 해석을 읊조린다. '적어도 2019년 말 혹은 2020년 초반에는 경기가 후퇴할 것이라네요.'



이때 상대가 고개를 끄덕인다면 조금 더 아는 체를 해 본다. "채권 이자율 곡선이 역전될 경우, 특히, 2년물 채권금리가 10년물 금리를 넘어선 경우, 지난 50년 동안 예외없이 경기침체가 왔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 두 국채의 스프레드가 최고로 가까워진 상태이거든요. 사실, 채권금리 역전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리면서 그동안 늘어난 가계 및 기업채무가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지요."

어쨌거나 미국의 경기확장은 끝났다는 해석이 대세인 것만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듀크대학과 글로벌 비즈니스 전망이 공동조사한 바로도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절반 가량(48.6%)은 내년 말 경기침체를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말 경기침체 가능성은 무려 82%나 됐다. 나머지 18%도 경기가 좋아진다고 답한 것은 아니다. 2020년 말까지는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가졌을 뿐이다.

이런 조사결과는 월가 경제학자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월가의 경제학자들은 '느리고 더디지만 내년에도 미국경제는 여전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어쨌거나, 기업의 현금 유동성을 책임지는 CFO와 월가 학자들의 말을 뜯어보면 시작점만 다르지 궁극적으로는 경기후퇴를 전망하고 있다. 향후 1~2년 내 경기는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니 마음 단단히 먹고 대비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것은 동일하다.

경기가 어렵다고 비즈니스를 안 할 수도 없으니 많은 사람들의 표정이 좋을 리 없다. 송년회 자리라는 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새해 희망을 나누는 자리인 터라, 키노트 스피커들의 말에도 자신감이 섞일 리 없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앞만 보고 달리자고 하기도 어렵네요. 앞이 캄캄하고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달리자는 건지요. 이럴 때는 옆도 좀 봐야 합니다."

옆을 보면 어느 정도 앞도 가늠할 수 있는데다, 함께 고생하는 사람들 표정도 보이니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도 받을 수 있다. 덤으로 사업 정보도 얻고 사는 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 '2019년에는 더불어 잘~'이라는 정답을 준 것이 아닐까 싶다.


김문호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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